서울교통공사, 승객 안전 뒷전… ‘초동보고’조차 없었다

| 출입문 열고 달린 7호선, 매뉴얼 어겼나

[검증대상]

지난 11월23일 오전 7시40분 경 시민들을 가득 태운 7호선 전철이 문을 열어둔 채 4개 정거장을 운행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최초 장애 발생 지점인 중곡역이나 관제센터에서는 전동차 개폐장치의 이상 유무를 즉시 확인하기 힘들었다하더라도, 전동차 승무원은 개폐 장치 고장 또는 장애 발생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관제센터 보고 후 수차례 전동차 문을 정상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급기야 중곡역에 근무하던 역무원이 나와서 개폐장치 수동 조작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결국 역무원은 고장난 문을 열어둔 채 안전막을 둘렀고, 승무원은 전동차를 출발시켰다. 안전막이 쳐진 문 앞에는 역무원이 서서 승객의 접근을 막고 서 있었지만 해당 칸에는 승객들이 여전히 탑승하고 있었다.

자칫하면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안전 조치 없이 뚝섬유원지역까지 4개 정거장을 이동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서울교통공사는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관할 관청인 서울시와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 역시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음에도 전동차 운행 매뉴얼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7호선 열차는 운행 매뉴얼 어겼을까.

출근길 시민을 가득 태운 7호선 전철 출입문 열고 4개 정거장 운행
“정해진 매뉴얼 어겼다” 인정한 서울교통공사, 책임자 내부 조사 중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검증방법]

국토교통부 철도운행안전과 담당 서기관 인터뷰
서울시 도시철도운영팀 팀장 인터뷰
서울교통공사 감사과 취재
서울교통공사관제업무 내규 

[검증내용]

장애가 발생한 문을 닫지 않은 7호선 지하철이 고장 난 전동차의 해당 칸에 출근길 승객까지 태운 채 4개 정거장이나 이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및 각종 SNS를 통한 시민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매뉴얼(내규) 위반 및 안전조치 미흡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국토교통부는 ‘상식적인 선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철도운행안전과 강연근 철도관제 담당 서기관은 “문이 닫히지 않는 고장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어떤 규정이 아니라도 상식적인 선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라며 “당연히 장애 해결을 우선하고 조치가 불가능할 때는 승객의 안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부는 도시철도를 포함한 철도 운영에 대한 포괄적인 규정을 갖고 있지만, 관할 관청인 서울시과 서울교통공사 등 각 지하철 운영자 간에 정해진 상세한 규정이 있다”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국토부에서는 각종 징계나 행정조치 등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출입문 고장 사고는 국토부에 당일 오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보고가 이뤄졌다. 초동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사상자 발생 등의 인명 피해가 없어 가장 낮은 등급의 사고에 해당됐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는 서울시와 교통공사간의 논의를 거쳐 정해진 레벨 1부터 레벨 3까지 심각성을 기준으로 정해진 체계에 따라 이뤄진다. 레벨2나 레벨3의 경우 국토부에 즉시 초동보고가 이뤄지지만 이날 사고는 초동보고가 없었다. 문이 열린 전동차에서 승객이 위험에 노출된 채 4개 정거장이나 운행이 이뤄졌지만, 이를 레벨 1 수준의 가벼운 사고로 봤다는 의미다. 

김진석 서울시도시철도운영팀장은 “사고 관련 레벨은 서울교통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정했으며, 이런 내용은 국토부에 보고가 된 사항”이라며 “해당 사고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에서도 오후가 되어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는 분명 심각한 문제가 맞다. 당연히 탑승하고 있는 승객을 모두 내리게 하고 회송(기지로 전동차를 불러들임) 절차에 들어갔어야 한다”라며 “원칙적으로 모두 하차를 시켜야 했고,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전동차)칸에라도 아무도 탑승하지 않도록 조치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와 관련, 만일 출입문이 역무원의 조작에 의해 수동으로 닫혔다 하더라도, 출입문 점검 및 고장의 확인 등을 위해 안전막을 두르고 기지로 회송하거나 지하철 역 사이에 통행을 방해하지 않고 긴급 조치가 가능토록 구성한 회피시설 등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맞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일요서울 취재에서 매뉴얼을 어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전동차의 운행에 앞서 승객들이 탑승한 채 안전막을 두르고 재운행하도록 승인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서울교통공사 측으로 문의했다. 이에 구종성 서울교통공사 과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동차 승무원이 열차를 출발시키고 운행한 것은 맞지만,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관제센터에서 이를 승인한 것인지 세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승무원이 출입문의 장애 사실을 관제센터에 보고하고, 관제센터에서는 조치 관련 소통을 진행하면서 장애를 해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매뉴얼을 어긴 것이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 출입문이 결국 닫히지 않게 될 때는 승무원이 관제센터에 회송을 요청하고 관제센터에서는 승객의 안전 하차 후 회송을 승인하도록 돼있다”고 답했다. 

일요서울이 확보한 서울교통공사 관제업무내규(2022년8월 개정)에 따르면 승객의 안전 확보는 절대 필수다. 관제업무내규 제5장 ‘사고발생 시의 조치’ 제54조 3항은 ‘열차 편성 중 1개 이상 출입문이 닫히지 않을 경우에는 비연동 운전취급에 의하여 회송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었다. 

다만, ‘막차 등은 출입문 보호막을 설치하고 역장이 지정한 자 또는 역무원을 승차시켜 출입문 감시를 하며, 승객안내 및 다른 객실로 분승을 유도하는 등 승객에 대한 안전조치를 확인한 후 차량 교환 역까지 주의운전을 지시하여야 한다’고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검증결과]

일요서울 취재 결과, 어쩔 수 없이 문이 열린 채 전동차를 운행해야할 상황에 처했더라도 승객들을 다른 칸으로 이동 시키는 등의 안전 확보에 대한 분명한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는 분명한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전동차를 운행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 국토부와 서울시 등의 답변이었다. 

취재 중 ‘출근길 승객들의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올까하는 우려에서 였나’라는 일부의 책임회피성 변명도 있었지만, 이 역시 해당 칸이라도 비웠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르면 용납하기 힘들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 관련 조사 결과는 이르면 12월 하순에서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던 ‘7호선 전동차의 이번 사고는 운행 매뉴얼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은 사실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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