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8, 300여명의 아프칸 인들을 태운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한국정부는 아프카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자 긴급하게 군용수송기를 아프칸으로 보냈다. 아프칸의 대사관과 KOICA 등의 한국인들과 협력했던 아프카니스탄인들을 구출해 국내로 이송했다. 한국에 도착한 아프카니스탄인들은 특별기여자로 불렸다.

아프카니스탄 특별기여자는 79가구 391명이고, 그 중 29가구 157명이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현대중공업의 배려로 협력업체 등에 취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기여자 가정의 어린 자녀들은 울산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총 57명이 울산지역 유치원, 고교에 골고루 배정되었다.

이들이 울산에 정착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프카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울산에 정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지역민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느니, 그들이 가진 종교, 사상, 문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편견과 혐오와 배제의 굿판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프카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자녀들을 학교에 들이지 말라는 항의가 빗발쳤지만, 울산교육청은 이런 비난에 흔들리지 않았다. 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등교하는 날, 교육감은 직접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에 함께 갔다. 울산교육청은 학령기 아동에 대한 출신, 국적과 관계없이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고, 교육감은 모두가 소중한 아이들이에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 날, 아프카니스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에 함께 갔던 노옥희 교육감이 먼길을 떠났다. 심장마비였다. 평범한 교사였던 노옥희는 산재사고를 겪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제자를 목격하고 세상에 눈을 떴다. 운동에 발을 들였다. 보수세력이 놓친 적이 없던 울산시 교육감에 당선되었고, 유치원에서부터 초고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등 교육복지에 힘썼다.

노옥희 교육감의 별세가 울림이 있는 것은 그가 존경할만한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해가 갈수록 어른다운 어른은 희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어른이란 말조차 오염된 느낌을 받는다. 요즘 어른은 꼰대이거나 태극기 부대의 동의어다. 배울 것 없고, 교감할 만한 공감대도 없는, 피하고 싶은 존재다. 노옥희 교육감은 몇 안 되는 기대고 싶은 어른이었다.

언젠가 우리 사회도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슬람이 혐오의 대상도 아니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멸시의 대상도 아니게 될 것이다. 가난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권력과 부가 특권이 아닌 사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살 만한 세상이 될 일말의 가능성 있다면 노옥희 같은 사람의 공이 크다.

심장마비로 별세한 노옥희 교육감은 아프카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과 함께 한 사진으로 뒤늦게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노옥희 교육감을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았던 선생님으로 기억할 것이다. 느닷없는 이별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떠난 그는 천국에 어울리는 사람이었기에 잘 지내리라. 그 없이 살아야 할 우리가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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