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 시어터 ‘아버지’
치매 걸린 아버지가 바라본 세상이야기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지난 1999년 창단된 ‘덴탈 시어터’는 연극에 열정을 가진 치과의사들이 창립한 극단이다. 창립공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일 년에 한두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처음 치과대학의 연극동아리 출신으로 시작된 모임에서 현재는 개원의사, 치위생사, 간호조무사 등 치과계, 양·한방 의료계 종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덴탈 시어터’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문 극단도 유지하기 힘든 세월을 2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예술의 혼을 불태워왔다.  

지난 1999년 창립공연 ‘세일즈맨의 죽음’을 시작으로 ‘안띠곤느’ ‘꽃마차는 달려간다’ ‘위기의 여자’, ‘아일랜드’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위대한 실종’ ‘의혹’ ‘하얀 앵두’ 등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공연을 이어왔다.

오는 12월15일에서 18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 무대에 올리는 23회 정기공연 ‘아버지’는 극단 초기부터 활동을 이어온 이동찬 선생을 위한 헌정공연이다. 

작품 ‘아버지’는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 작품으로 지난 202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및 유럽 전역에서 최고 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모든 기억이 낯설어지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로 가슴 먹먹해지는 가족 이야기다. 

지난 12월5일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아버지 역을 맡은 이동찬 선생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틀림과 다름을 구별할 줄 안다는 것은 남의 처지를 알고 헤아릴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연극 무대에 서면서 관객과 상호작용 하다 보면 저마다 인생의 상이함이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가 걸어온 인생길이 다를 뿐이다. 맨 처음 극단의 문을 두드리게 된 이유는 부모와 혈육을 연달아 하늘로 보내야 하는 슬픔을 위로받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덴탈 시어터’와의 인연이 각별한 23년을 만들었다. 연극의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시간 동안 한 작품에 매료되고 단원들과 호흡하면서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덧붙여 “연극을 하면서 서로 다른 역할을 소화해오는 동안 사람들 각자의 인생은 특별하다는 것을 느낀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가는 일이다. 건강을 챙기고 열심히 일에 매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내가 가장 아끼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으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진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작품 ‘아버지’도 치매에 걸린 환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다. 치매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치매환자가 바라본 세상이 굴러가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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