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보수 유튜버들이 과연 제도권 정치에 진입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3.8 차기 전당대회에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선거 후보로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인공은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 회장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다. 이들 보수 유튜버 3인방의 국민의힘 전대 출마에 따라 대중적 관심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당 대표 선거, 신혜식 대표와 김세의 대표는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당선 가능성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당 대표 선거가 메이저리그라면 최고위원 선거는 마이너리그다. 다크호스로 불리는 강신업 변호사는 희박한 당선 가능성에도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결선투표에 맞붙을 경우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부 리그로 불리는 최고위원 선거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대이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보수 유튜버들의 참전으로 한층 뜨거워진 국민의힘 전대 손익계산서를 집중 분석했다.

2018년 동대구역에 모인 태극기 세력. 뉴시스
2018년 동대구역에 모인 태극기 세력. 뉴시스

국민의힘 전대 앞두고 막강 팬덤보수 유투버 잇단 출사표
- 김기현 vs 안철수 양강구도 당대표 선거에 강신업 변호사 출사표
- 최고위원 선거, 현역 출마 러시에 신혜식·김세의 도전장

보수 유튜버들의 출마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태풍으로 진화할지 아니면 미풍이 그칠지 해석이 분분하다. 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흥행의 파란불이 켜졌다는 긍정 평가에서부터 지나치게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부정 평가까지 다양하다. 이는 주요 현안에 대한 보수 유투버들의 선명하고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과 더불어 지나치게 극우적인 주장 탓에 당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내포한 것이다. 더 큰 관심사는 보수 유튜버 3인방의 지도부 입성 여부다. 쟁쟁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을 누르고 지도부에 진입한다면 그야말로 대이변이다. 직전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이라는 30대 중반의 0선 당 대표를 배출한 데 이어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쓰게 되는 셈이다.

김기현vs안철수 양강 도전장강신업 변호사 당대표 도전

전당대회는 여의도 정치의 꽃이다. 단순히 새로운 지도부 선출의 의미를 넘어선다. 특히 2년 임기의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정치적 위상은 상승한다. 총선을 앞둔 당 대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소속 의원들의 총선 공천이라는 생사여탈권을 쥐기 때문이다. 구원투수인 비대위원장이 관리형 대표에 그치는 것과 달리 실세형 대표는 총선 성적표를 발판삼아 때로는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건 승부를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의힘 전대는 이른바 윤심(尹心)을 놓고 크고 작은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당권 레이스 초반만 해도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유승민 전 의원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계의 집중 견제와 당원 100% 투표로 전대 룰이 변경되면서 유 전 의원은 사실상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보수의 여전사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구가해온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저출산 대책을 둘러싼 여권 수뇌부와의 갈등은 물론 거취를 둘러싼 잡음이 지속되면서 오랜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택했다. 이후 당권구도는 명확해졌다. 사실상 윤심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과 후보 단일화로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인 안철수 의원과의 양강 구도로 좁혀졌다.

가장 특이한 현상은 보수 유튜버들의 전대 출마다. 여야의 적대적 대결구조에 기반한 정치지형의 여파다. 특히 강신업 변호사는 강력한 팬덤을 자랑한다. 현역 정치인 위주의 전당대회에 단순한 양념으로 출마하는 게 아니다.

강 변호사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립하겠다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신업 변호사. 뉴시스
강신업 변호사. 뉴시스

강 변호사는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보수우파의 정통성을 분명히 했다. 강 변호사는 웰빙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국민의힘을 행동하는 정당으로 바꾸고 유승민, 이준석 등 내부투쟁에만 몰두하는 내부총질러들을 모두 일소할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을 명실공히 윤석열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여당다운 여당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론은 갈가리 찢기고, 여야의 싸움은 그칠 기미조차 없다. 나라의 위기는 국정의 책임자들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갖지 못하고 근시안적 인기에 영합하거나 당리당략에 입각한 정책을 밀어붙인 까닭이라면서 종북 주사파 세력의 척결과 기득권 적폐를 모두 일소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그리고 법치주의가 구현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 “공천혁명을 통해 200석 달성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친윤vs비윤 대리전최고위원 선거 영향력 막강

정치적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최고위원 선거에도 눈길이 쏠린다. 최고위원 선거는 대체로 한국 정치의 미래 기대주인 초재선 현역 소장파 의원들이 출마한다.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여야 유력 중진들도 최고위원 선거를 시작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경우가 적지 않다.

3.8 국민의힘 전대 최고위원 선거는 그야말로 혼전이다. 자천타천으로 20명 안팎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도부에 입성하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고 차기 총선 공천에도 플러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선거는 일반 최고위원 4명과 만 45세 미만의 청년 최고위원 1명 등 총 5명을 선출한다. 아울러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일반 최고위원 4명 중 1명은 여성 몫이다. 여성 후보자는 최다 득표자 4위 안에 들지 않아도 지도부 입성이 가능하다.

최고위원 선거 역시 기본 구도는 친윤 vs 비윤이다. 당 대표 선거와 마찬가지로 계파갈등 전선이 불거질 수 있다. 설 연휴를 전후로 공개적인 출사표도 이어졌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북한 세습 정권의 속성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그 약점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태영호가 집권당의 최고위원이 되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할 일이라며 저 같은 북한 출신도 당당히 지도부에 입성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까지 싹쓸이해서 더 이상 내부총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겪었던 크고작은 파행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비윤계는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친윤계 후보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단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물론 박성중·송언석·이만희·정희용·박수영·유상범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원외 주자로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의 최종병기를 자처하며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다수가 윤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가 가깝고 용산 대통령실과의 의사소통이 강점이다. 여성 후보로는 조수진 전 최고위원이나 김정재·양금희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비윤계에서는 김웅, 허은아 의원은 물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대체로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과의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 인사들이다. 친윤 주류의 일방독주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조강특위의 조직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배제된 허 의원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허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을 지낸 측근으로서 비윤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퇴보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마음을 먹었다며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청년 최고위원 선거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의 청년브레인으로 분류되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윤심을 내세워 적극적인 표밭갈이에 나서고 있다. 탈북자 출신 비례대표 현역인 지성호 의원도 김정은 정권에게 지성호의 당선은 핵무기만큼이나 강력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청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신혜식 대표. 뉴시스
신혜식 대표. 뉴시스

전대 흥행 파란불 지지층결집 vs 차기총선 외연확장 걸림돌

당 대표 선거와 마찬가지로 최고위원 선거에 용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보수 유튜버들이 있다. 아스팔트 우파의 상징으로 불리는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와 과거 성상납 의혹 제기로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몰락을 주도했던 김세의 가세연 대표다. 보수 지지층 내부의 강력한 인지도를 고려하면 당원투표 100%의 전대 룰은 해볼만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신의한수와 가세연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게다가 84만명에 이르는 국민의힘 당원 중 상당수는 대선 이후 유입됐다. 사실상 현역 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100%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신혜식 대표는 새해벽두부터 일찌감치 전대 출사표를 던졌다. 신 대표는 지난 10지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과 법치 실현은 민주당의 다수 독재에 휘말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체제 파괴 세력과의 전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해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여의도 제도권과 우파 시민사회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이제 애국세력과도 연대해야 한다국민의힘은 애국세력과 연대해 이제 총선승리와 함께 자유 통일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주요 공약으로 1000만 당원 시대 당대표 청년보좌역 강화 여의도연구원의 자유통일연구원 개편 등을 내걸었다.

신 대표의 최고위원 출정식에는 김기현·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정우택 국회부의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등 현역 정치인은 물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김재철 전 MBC 사장 등도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김세의 대표는 지난해 11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최고위원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더러운 정치판에 발을 담글 생각 없고 국회의원, 구청장 할 생각 단 하나도 없다면서도 정치에 꿈은 없지만 국민의힘이 제대로 못 돌아가는 모습은 못 보겠으니 제가 국민의힘 최고위원 출마하겠다. 반드시 최고위원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간 자존심 싸움도 치열하다. 최고위원 입성을 위해 서로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주도권 다툼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신 대표가 가세연에 대해 근거없이 악의적인 루머를 유포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신 대표 측은 의도적인 흠집내기라고 반발하며서 맞고소를 검토 중이다.

보수 유튜버들의 전대 출마를 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기성 정치인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만큼 전대 흥행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정치적 쇼맨십이 뛰어난 것은 물론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팬덤으로 두고 있는 만큼 이들의 출마를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지층 결집과 전대 흥행이라는 12조의 효과를 누리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보수 유튜버들의 전대 출마를 바라보는 우려도 상당하다. 22대 총선의 핵심 변수가 수도권 표심 장악 및 중도층 외연확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지나치게 우경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수 유튜버들의 전대 출마와 선전을 오히려 내년 총선 전망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권,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흥행에 도움될 것

김세의 대표. 뉴시스
김세의 대표. 뉴시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전통적인 여의도 문법을 고려하면 보수 유튜버들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도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역동성을 고려할 때 이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100% 당원투표로 치러지는 점도 무시못할 변수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민주당 계열 정당의 경우 과거 총선이나 전대 국면에서 좌파 운동권이나 시민사회 세력을 수혈해 당의 체질개선과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상대적으로 기득권 웰빙정당의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의 인적구성 변화 여부는 3.8 전당대회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