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전직 검찰총장’ ‘0선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 대선 결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 차는 0.76%포인트로 25만 표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를 기록하며 신승을 거뒀다. 그후 1년은 빛과 그림자의 공존 속에 갖가지 이슈로 정국 혼돈을 거듭했다.

용산 대통령실 전경. 뉴시스
용산 대통령실 전경. 뉴시스

- ‘0검찰총장출신 , 취임 후 1년 다사다난
- 긍정평가 36.4%, “느린 부분은 속도 내고, 수정할 것은 수정

지난해 3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검찰총장 출신, 0선의 장외 주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역시 0선인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맞붙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양 진영과 관련된 각종 악재들이 시시각각 터져나오면서 선거 판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다. 승패는 결국 ‘0.76%포인트라는 근소한 득표율 격차로 갈렸다.

치열했던 대선 만큼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 1년 동안도 정국은 윤석열발이슈로 다사다난했다. 윤 대통령이 1년 동안 남긴 족적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내면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에 개방... ‘용산시대개막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개방되고 용산시대가 개막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했던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전면 개방했다. 역대 대통령 12명이 거주했던 청와대가 개방되자 국민들의 청와대 관람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해 510일 청와대 개방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를 다녀간 전체 관람객은 3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공식 취임일에 맞춰 대통령실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졸속 이전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통령실 이전은 지금까지도 야당의 주요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야당은 그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대통령실 졸속 이전을 꼽기도 했다.

민주당무소속 국회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위원들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하여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도어스테핑신선했지만 논란 끝에 중단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새롭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은 또 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대통령실 기자들과 만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를 갖는 모습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현직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신선함을 안겨줬다.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모습은 윤 대통령의 소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도움을 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출근길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 뉴시스
출근길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 뉴시스

그러나 동시에 도어스테핑이 논란의 발화 지점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언급한 발언이 때로는 정부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드러내기도 했고, 또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이 지지율에 도움이 안된다며 그만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갔으나 지난해 11월 중단됐다. ‘바이든 자막으로 촉발된 윤 대통령 측과 MBC와의 갈등으로 인해 도어스테핑에서 고성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가진 깜짝 오찬 간담회에서 중단된 도어스테핑에 대해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며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바이든, 날리면논란, 평가 엇갈리는 외교

윤 대통령 취임 기간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됐던 분야를 꼽자면 외교 분야를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정상회담을 한 후 자리를 옮기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고 한 것이며 국회는 한국 국회를 가리킨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더욱 증폭됐고, 정국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가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교 분야이슈는 한일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결과다. 윤석열 정부는 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며 한일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161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도 가졌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해서는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얼어붙어 있던 한일관계에 봄이 찾아왔다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 공동 번영의 새 시대가 열렸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굴욕·굴종 외교라고 규정하며 다른 소수 야당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및 굴종적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

미 국빈방문중 만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뉴시스
미 국빈방문중 만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뉴시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에는 5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모두 높은 성과를 이뤘다며 극찬을 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에 대응해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이번 워싱턴 선언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방미 이틀만에 MOU 23건 체결, 금액으로 총 59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마디로 외화내빈, 속 빈 강정이다. 확장 억제를 위한 워싱턴 선언은,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엇이 진전된 것인지 모르겠다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도 똑부러지게 이익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3대개혁성과 아직... 협치노력 부족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년차인 올해 3(노동·교육·연금) 개혁을 중심으로 국정과제 성과 내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아직 취임 후 1년 밖에 안된 상황에서 국정과제에 대한 성과를 논하기는 이른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윤 대통령이 1년 동안 가장 잘한 정책으로 강성 노조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꼽기도 했다.

3일 매일경제가 윤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복수 응답)1년 동안 가장 잘한 정책으로 강성 노조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 지역 간부가 수사를 받던 중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계는 정부를 향해 노동 탄압을 중단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노조를 향한 강경 대응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노력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와 소통의 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 최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K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돼서 도대체 한 번도 야당 쪽 인사하고는 아마 상견례조차 안 하지 않느냐면서 이런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취임 1년 소회에 대해 어느덧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벌써 1년이 됐다면서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하고, 이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데일리안이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6.4%, 부정평가는 60.4%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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