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지구 인류의 대재앙 시작됐다

강력한 지진으로 모든것이 파괴된 중남미 아이티공화국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월 14일 (현지사간) 한 시민이 무너져 내린 지붕 옥상에서 망연자실 서성거리고 있다 (위) 1월 14일(현지시간) 수많은 시신이 널려있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시체보관소 앞에서 한 여성이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시신을 둘러보고 있다.

인류의 종말이 가까워 온 것일까. 라틴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아이티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환경의 대재앙이 온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티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이티는 비명과 절규만이 가득한 ‘지옥’에 다름 아니다. 아이티는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지진으로 정확한 사망자조차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원단을 파견한 국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사망자만 수만 명에 이른다. 또 현지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적어도 10만 명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티 당국에 따르면 매몰돼 실종되거나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까지 합치면 사망자가 1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신년 초부터 인류최악의 참사가 발생해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마침내 인류종말이 시작됐다며 지금이라도 범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인류에 경고하고 있다.

아이티는 지금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다. 곳곳에서 약탈, 방화, 강도 등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어린이나 노인 등 노약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의 경계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혼란이 아이티를 덮친 상황에 국가를 통솔해야할 대통령마저 한동안 자취를 감춰 평화롭던 남국 아이티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로 돌변했다. CNN기자회견 후 도미니카 피난설 등으로 아이티 국민들의 원성을 샀던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프레발 대통령은 수도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에 레오넬 페르난데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나타났다.

프레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미 집단 매장지에 7천명의 시신을 묻었다”고 말했을 뿐 구호활동 계획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프레발 대통령은 지진으로 대통령궁이 파괴됐고 사저도 붕괴돼 머물 곳이 없다. 다른 정부 관리들 또한 피해 당사자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돌보기에도 힘에 부칠 기경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기능은 사실상이 마비된 상태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아이티 상황을 보도하면서 “전 세계에 이 같은 대재앙이 닥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이티 매몰자 구조 포기

강진 발생 3일째를 맞은 아이티에서는 이날 일부 구조단이 도착하면서 생존자 구출 작업이 서서히 활기를 띄고 있다. 건물 잔해에 깔려 구조를 애타기 기다리는 시민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6일 이후 구조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지진 발생 4일 정도가 지나면 매몰자의 생존가능성이 사실상 0%라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아이티를 찾은 페르난데스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은 지금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시신 매장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 종합병원 시신안치소에는 트럭이 시신을 실어 나르고 있으며 최소한 1500구의 시신이 쌓여 있다고 이 병원 관계자가 전했다.

욜레트 아조르 샤를 스페인 주재 아이티 대사는 전체 사망자 수를 파악하는 데 최소 8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조르 샤를 대사는 피해 복구 기간에 대해서도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티에 머물다 참변을 당한 외국인 사망자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는 한국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세한 것은 아직 확인중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60대 한인이 사업차 아이티를 방문했다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아이티로 떠났던 정모(61)씨가 12일부터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P 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고된 외국인 사망자는 캐나다인 3명, 프랑스인 2명, 미국인 1명 등이다. 그러나 상당수 외국인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이티에 체류 중인 멕시코인 80명 중 40명만 소재가 확인됐으며 이탈리아인 100여명도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를 포함해 네덜란드인 3명이 지진으로 부상을 입었으며 22명은 아직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인 5명, 코스타리카인 5명, 미국인 3명, 덴마크인 2명, 노르웨이인 1명 등도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유엔 직원 36명이 지진으로 사망했으며 200여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다음에는 어디 공포확산

이번 강진과 1995년 일본 한신(阪神) 대지진이 발생 방식과 규모, 지리적 상황 면에서 아주 흡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신 대지진은 1995년 1월17일 간사이(關西) 지방 효고(兵庫)현 남부의 고베(神戶)시에서 발생한 규모 6.9의 강진으로, 6433명이 숨지고 4만 3000여명이 다쳤다.

지난 15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전문가들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발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두 지진 모두 지층의 암반이 좌우로 흔들리는 지진이었고 좌우 진동을 일으킨 지층면의 길이도 4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매우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또 한반도 지진발생 빈도가 매년 증가하는 것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한반도도 건물의 파손을 가져오는 진도 7.0이상 강진이 24차례나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되고 서울 등 수도권지역은 1629년 강진 발생 후 지진 정지 상태에 있어 15년 이내(97년기준)에 강진발생확률이 5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한양대지진연구소 김소구 교수도 기원후2세기부터 96년 10월까지의 한반도 지진발생기록을 분석한 결과 서울-수도권에서 강진(리히터5.5-6.5규모)이 15년이내 발생할 확률이 57%라고 밝히고 경주 35%, 평양 29%등 순이라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지난 2천년동안 서울과 수도권일대에서 지진이 활발했으나 200년 동안 잠잠해 그동안 지진을 일으킬 에너지가 축척되어 있고(지진정지기이론) 중국과 일본의 잦은 지진으로 그 가운데 끼여 있는 한반도에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은 한반도가 일본과는 달리 지진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이유로는 일본이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 태평양판, 북미판등 4개판의 접점에 위치하고 있으나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에 위치하고 판이 겹치는 곳과 약 1000㎞나 떨어져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국내해양학자 및 지질학자들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활성단층의 존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산동성 지질연구소가 산동반도밑에서 대규모 활성단층을 발견해 산동반도와 비슷한 지층운동을 하고 있는 한반도에도 활성단층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학자들은 제기하고 있다.

지리학자인 경북대 황상일 교수와 경희대 윤순옥 교수가 2001년 대한지리학회지에 공동 발표한 `조선시대 이래 한반도 지진발생의 시.공간적 특성’이라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진의 발생 주기는 대략 100~1 50년으로 현재는 활성기인 5번째 주기의 후반기에 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교수는 당시 연구에서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지진관련 문헌 441건을 분석한 결과 한반도의 지진이 활성기와 휴지기를 반복하며 일정한 주기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선시대 이래 지진발생 빈도와 규모로 볼 때 5단계에 속한 현재는 지진 발생빈도가 높은 시기라는 설명이다.

국내 지진발생빈도를 살펴보더라도 지난 87년 11회에 불과했던 것이 90년 15회, 94년 25회, 95년 29회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놓여 있고 2000년대 들어선 이후에도 지진 발생도는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진나면 한반도 곳곳 원전핵폭탄

우리나라는 현재 고리(4기), 울진(6기), 영광(6기), 월성(4기) 등 모두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국내 전력소비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량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장과 담당 직원들이 휴일인 제헌절에도 사무실에 나와 일본 니가타 현에서 발생한 지진과 관련, 현지 상황 파악에 나서는 한편 국내 원전 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과기부는 이번 일본 지진이 우리나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일본 원자력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누출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과기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이 잦은 일본에 비해 확률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면서 “우리나라 원전에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이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중력가속도 0.2g,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중력가속도는 건물이 지진의 영향을 받는 정도를 말한다. 원자력 안전규정상 0.01g 이상이면 경보를 발령하고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안전점검을 벌이고, 0.1g 이상 이면 원자로를 정지시킨 뒤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학계에선 아직 강력한 지진이 일어난 적도 없고 꾸준히 한반도 지진의 강도가 증가추세라는 점에서 원전도 안전을 장담하긴 이르다고 경고한다.

[윤지환 기자]jjh@dailysun.co.kr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지진 발생 시 대처요령이다. 대처요령에 따르면 먼저 집 안에 있을 때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서둘러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유리창이나 기와, 간판 등이 떨어져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머물 경우 책상 밑으로 대피해 몸을 보호하고 지진 여파로 문이 비뚤어져 열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으로 집 안에 화재가 나면 가스렌지나 난로 등의 불을 끄고 발화 후 1∼2분 내에 진화할 수 있도록 집 안에 소화기 등을 비치해 둘 것을 당부했다.

외출 시에는 담장이나 대문 기둥 등이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공간이 넓은 곳으로 대피하고 번화가에서는 가방이나 책 등으로 머리를 가려 낙하물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지진을 느꼈을 때에는 즉시 가까운 층에 내려 대피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을 경우에는 인터폰으로 침착하게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

운전 중에는 긴급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교차로를 피해 차를 우측에 정차시킨 뒤 경찰관 등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좋다.

부상자 응급 구호를 위해 평소 응급처치에 대한 요령을 배워 두고 대피권고가 나면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줄여 걸어서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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