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아서 ‘돌’은 지나야 비로소 생존가능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것으로 여겼고 그래서 돌이 되면 잔치를 벌였다.
돌잔치 상에는 음식 외에 다른 목적을 띤 물건들이 다양하게 올라왔는데 책이나 실, 주판, 돈, 붓, 연필 등이었고 그 물건들은 아이가 손쉽게 집을 수 있는 위치에 놓아두었다. 돌박이가 어떤 물건에 가장 먼저 호기심을 보이고 손으로 집어 올리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장래 운명을 가늠하거나 타고난 소질을 어림하려는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실을 집었다면 명을 길게 타고났으니 장수(長壽)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고, 책을 집으면 공부에 소질을 타고난 것으로 여겼으며 돈을 집으면 재복을 좋게 타고 났다고 여기는 식이었다.
사실 그와 같은 어림짐작 보다는 아이의 사주(四柱)를 감정하는 쪽이 소질이나 장래의 진로를 보다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지만 여염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부담을 고려한 나머지 비록 적중률이 높지는 않더라도 돌잔치 상에서 어림하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자녀 교육비가 원체 과중하여 숫제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세상이 되고 보니 어디서는 출산 장려금을 준다. 임신에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소용되는 의료비를 무상으로 해준다는 말이 나오는 판이다. 그럼에도 신생아 감소추세가 개선되기는 요원한 일이고 보니 한 자녀만 낳는 풍조가 보편화되었고 하나뿐인 자녀에게 부모의 과도한 기대치가 실리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내 아이의 진로나 타고난 소질에 부모의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소치이다.
“우리 애가 어떤 소질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요”
내민 사주를 보니 백일 좀 넘은 눈자라기다. 아무리 서두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서둘 필요가 있을까 싶어 짐짓 사양을 하려다 보니 아이 아버지의 표정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아시다시피 요즘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장난이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 가망이 없구요. 그러니 우리 아기가 타고난 소질이나 적성에 맞는 쪽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
딴은 듣고 보니 타당성이 있다. 내 아이가 어떤 소질이나 적성을 타고났는지 모르니까 좋다고 소문이 난 학원마다 등록을 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거다. 주산학원, 피아노 학원, 웅변학원, 영어학원, 무용학원, 태권도 학원…등등 무차별로 아이 어깨에 겹겹이 지워진 부모의 막무가내식 기대가 아이를 일찌감치 지실이 들게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경제적인 면에서도 불필요한 분야에까지 투자를 해야 하는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싶다. 요즘 조기교육 열풍 또한 예사롭지 않은데 덮어놓고 다른 아이가 조기 교육을 받는다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과연 그 분야에 관한 적성이나 소질을 얼마나 타고났는지 먼저 가늠해 봐야 한다. 다른 집 아이가 육상선수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해서 수영선수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소질을 타고난 내 아이를 억지로 육상 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이 자신은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는 비싼 교육비 들여가며 소질이나 적성을 무시한 채 아이를 불행한 삶으로 이끄는 부모가 적지 않다.

명리풍수 칼럼니스트 011-1807-5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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