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경문(53) 감독이 충격적인 사퇴 소식을 전했다.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구단 관계자와 팬들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두산은 13일 김경문 감독이 올 시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표했으며, 김광수(52)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선수들이 서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고 새로운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고, 올 시즌을 포기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제가 그만두는 오늘은 구단의 발전과 저를 위한 큰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고, 또한 서로에게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부터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물러나게 됐다.

김 감독은 두산을 강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인물이다. 뛰어난 용병술과 카리스마로 두산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06년을 제외하고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았다.

특히, 2005년과 2007년, 2008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수 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의 사령탑을 맡아 전승 우승으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해 '전국구 스타 감독'으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올해 시즌 초반 성적도 좋았다. 그러나 팀의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며 성적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 감독은 임태훈 스캔들까지 터져 나오면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감독은 팀과 자신을 위해 떠나자는 결심을 했다.

13일 현재 두산은 23승 2무 32패로 4할이 간신히 넘는 저조한 성적으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두산은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현재 팀 분위기는 좋지 않다.

◇김경문 감독 자진 사퇴서 전문

저는 오늘 두산 베어스 감독직에서 사퇴하고자 합니다.

올시즌 어느 때보다 구단의 지원도 좋았고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구상한 대로 풀리지 않아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선수들이 서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고 새로운 분위기에 빨리 적응해, 올 시즌을 포기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노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그만두는 오늘은 구단의 발전과 저를 위한 큰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고, 또한 서로에게 최고의 날이 될 것입니다.

지난 7시즌 동안 두산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 그리고 선수들과 같이 그라운드에서 생활하는 것이 저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며 축복이었습니다.

또한 두산베어스 팬들의 사랑은 저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대단했고 그것으로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어떻게 팬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디에서 다시 야구를 하든 처음 두산에서 프로에 몸을 담았던 만큼 두산은 언제나 저에게 진정한 고향일 것이고, 두산과 팬 여러분에 대한 저의 관심과 사랑은 영원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님, 박정원 구단주님과 김진 사장님, 그리고 그동안 저와 같이 활동한 코칭스태프, 선수단 여러분, 구단프런트 여러분, 무엇보다도 언제나 한결같이 성원해 주신 팬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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