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유기체다. 인체라는 유기체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그 과정에서 유기체의 마모가 심화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피로가 쌓이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런 가설은 과학의 세계, 특히 의학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생명에너지는 가급적 과소비하지 말고 유기체의 훼손을 막아야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잉에 호프만은 ‘오래 살려면 게으름을 피워라’라는 책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생물학적 게으름이란 유기체 즉 몸을 조심해서 다루고 도우며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절대로 일하지 말라” 매사에 부지런히 움직이다가는 긴급 상황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생체에너지가 바닥나 곧 탈진하게 되고 심하면 죽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악착같이 일해야 살아남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라”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결국 비극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절대로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일하지 말라’는 그의 주장대로 움직인다면 과연 업무성과를 낼 수 있고 상사의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자 균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도하게 몸을 혹사시켜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 높은 성과를 낼 것인가, 아니면 성과가 줄어들더라도 몸과 마음을 돌볼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든 그것은 당신 스스로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없이 게으른 것은 워크홀릭 만큼이나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면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하였다. 그러나 과도한 수면은 두통, 요통, 근골격계 질환, 무기력증을 유발시킨다. 부지런함이든 게으름이든 어느 한 쪽으로 쏠리면 사고를 당하기 쉬운 것이다.

“현대의 첨단기술이 당신의 바이오 프로그램을 과속으로 운전하도록 방치하지 마라, 당신의 삶은 당신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라” 잉에 호프만의 이 주장은 매우 지혜로운 메시지다.

적당히 부지런 하라. 그리고 적당히 게으르게 살아라, ‘적당히’란 어느 정도인가? 그것이 바로 당신이 찾아내야 할 숙제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부지런하게 일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게으른 성취가들 역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게으른 성취가란 누구인가? 적게 일하는 데도 성과가 높고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일을 다 잘하려고 하는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두 세 가지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요인은 바로 ‘집중’인 것이다.

반면에 부지런했지만 실패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은 이것저것 모든 것에 손을 대거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이다. 부지런했지만 실패한 사람이 게을렀지만 성공한 사람을 보면 대개 분노를 느낀다. 그들은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CEO에게 필요한 게으름의 기술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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