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인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그의 한 편집인이 7월호 커버스토리에 한국에 관한 기사를 썼다. 내용인 즉 ‘한국에 내려진 경보’라는 제목의 기사에 한국의 정계인사나 노조책임자들과 얘기를 나눌 때 비관주의적 정서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또 노 정권의 대북 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미국과의 관계는 악화되고 있고, 일본과는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며 노 정권의 대북 정책에 문제점이 있음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소비가 감소되고 수출이 둔화되어 한국경제의 숨이 가빠지고 있다고 하면서, 고용불안정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하다고 진단하였다. 그 편집인은 바로 파리 7 대학 교수이기도 한 이냐시오 라모네다. 한국을 조금 아는 외국 학자가 한 말에 얇은 귀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의 학자가 아닌 제 3국의 한 학자가 대북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국제관계에 관한 분석은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의 네오콘식의 일방적 분석이나 일본의 신군국주의적 관점에서 세를 확장하려는 몸부림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국내에서도 한국의 외교정책이 명분에만 집착해 실리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도문제 등 한일관계를 국내용으로 활용하여 지지도를 올리려 하다보니 ‘액션 스타형 외교’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힘을 잃은 균형자론도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매우 서투른 표현법이었다. 경제부문도 정책의 형성과 집행이 경제적인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고 지향점만 보고 급하게 치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부동산정책도 무조건 가격상승을 억제해야한다는 미션만 보이지 ‘아 그거구나!’하는 비전이 전혀 안 보인다. 그러니 이재에 밝은 투자자들이 그 미션에 봉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교육환경 등이 잘 갖추어진 제대로 된 마을에 제대로 지어진 집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먼저 분석한 후에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기업의 신규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대기업 오너들과 만나 식사하고 악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후에 연달아 나오는 투자환경조성책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만남을 미루는 것이 한 국가의 리더로 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비정규직 문제도 이제는 종합적인 해법을 내놓을 때이다. 단순하게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비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그나마 고용을 조건으로 한 사회보험 프로그램으로 버텨가는 현실을 잘 인식해야 한다. 일반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개인들이 감내해야할 현재의 고통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대협약을 이루어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잦은 경고에 하루 빨리 귀를 기울야 한다. 그런데 여당과 민노당이 정책공조를 시작하였으니 노동계의 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의문이 든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군대는 기강이 흐트러져 방향성을 잃은 것 같고, 군인과 대학생들의 자살도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고속철 분기점, 공직인사 등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등 정치가 한국의 온 영역을 뒤덮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다. 한국의 비관주의를 보았다는 프랑스의 한 학자는 이 한국의 정치가 만들어낸 전면공해 속에서 일부의 매연을 보고 적은 것에 불과한 것 같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외국의 학자가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로 지금 국내 상황은 심각하다. 온 나라를 문제투성이로 만들어 버린 정치계가 이제는 발 벗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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