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7개월째 해외 도피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을 돕기 위한 정·재계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을 보니 김 전 회장의 귀국이 임박한 모양이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10월 대우그룹 부도직전 중국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췄다. 이후 유럽과 동남아에 머물렀고 최근 베트남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김 전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며 ‘세계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우리 나라 대표적 재벌 기업으로 국내에 성공신화를 낳은 인물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41조원이 넘는 분식 회계와 10조원의 불법 대출, 200억 달러의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고,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도 올라 있다. 또 대법원은 얼마 전 김 전 회장을 포함한 대우그룹의 임원 8명에 대해 모두 23조원의 추징금을 확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김 전 회장은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객지를 떠돌며 장기 도피 중이고 건강마저도 악화된 상태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김 전회장의 귀국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한창이다. 여당 의원이 김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고, 대우그룹 출신 386 운동권들이 모임을 결성하고 국내에 김 전 회장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토론회도 개최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국내에 불고 있는 ‘김우중 귀국 바람’은 조금 우려가 된다. 사실 한국 기업의 국제화를 이끌어 나간 김 전회장의 공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는 여전히 동유럽을 비롯한 베트남 등 서구에서 여전히 ‘우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국내외 경제계에서 쌓은 업적은 결코 적지 않다. 그의 이러한 공로는 인정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경제 사범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당당히 사법 처리를 받아야 하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계 인사가 그를 만나고 있고 그의 죄보다는 공로에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은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돈의 흐름에 더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 죄보다 금력이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도 그의 죄를 올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금력이 곧 권력이며 경제발전을 이룩한 인물이므로 죄에 대한 면제부를 줄 수 있다는 지금의 분위기는 경제 악화로 생활을 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금력에 의해서 한국의 법의 논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현 정권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한 정권이다. 그러므로 김 전 회장의 귀국과 심판을 암울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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