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리비아에 6불화우라늄 핵물질 1.7톤을 팔고 돈을 받은 거래명세서가 들통이 나고, 1990년대 이후 남북한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세 가지 비핵화합의를 모조리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안보위협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했다는 북한의 주장도 그 명분이 무너졌고,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한·중의 입지도 극도로 퇴락되었고, 거기에다 6자회담이 무산될 때는 유엔 안보리 상정이나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핵확산방지구상)발동이 초읽기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되어가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점점 거세져 가고 있다. 3월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25개국이 2003년부터 제기해온 ‘북한인권결의안’이 또다시 상정된다. 해가 갈수록 그 내용이 강화되고 긴박해지고 있는 이 결의안은 4월 7,8일경 상정되고 중순에 표결된다. 기권 표를 던져온 한국의 입장은 날이 갈수록 난감해지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미국의회에서는 지난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데 이어서 북한의 민주화를 겨냥한 ‘민주화촉진법’이 미국 상하원에 상정되었고, 일본의회에서도 ‘북한인권법’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9월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중·러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데 그 장소가 서해상이라는데 중대한 문제가 있다.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육해공 입체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미·일이 대만을 공동의 안보우려사항으로 규정 하면서 중국을 겨냥한 ‘신안보선언’을 천명한 것이 북방 4개 도서를 놓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안보에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한반도 근해에서 미·일과 중·러가 세 대결을 벌이는 것 자체가 우리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다. 이러한 시기에 노대통령은 외교. 안보부처 사람들을 모두 따돌려 놓고 한밤중 청와대 컴퓨터 앞에 홀로 앉아 외교정책을 ‘나홀로’생산해 내고 있다. 3·1절 경축사, 육군 3사 졸업식사, ‘국민에게 드리는 글’속에서 외교부도 모르는 외교정책들이 결정되고, 선진문명국가의 외교관이라면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이 일본과 ‘외교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중대한 선언을 외교부와 그 장관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교의 최고 전문가 집단인 외교부를 제쳐놓고 누가 외교안보문제를 결정하고 풀어간다는 것인가. 외교는 외교관이라는 오랜기간 잘 훈련된 전문가 집단과 그 시스템에 의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노대통령은 국가의 중대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전문외교관료 집단의 세련된 두뇌와 경륜을 반드시 활용해야한다. 그럴 의무가 있다. ‘나 홀로’결정은 지극히 전제적이고 비민주적이다. 외교적 대일선전포고를 하면서, 자신은 감정을 자제하지 않고, 국민을 자극할 대로 자극해놓고 정작 국민들에게는 냉정을 잃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위선적이다. 임기 중에는 과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한 노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대일외교전쟁을 선포하며 초강경으로 선회한 것일까. 이웃나라 총리를 향해 ‘우리 국민 가슴에 상처 주는 발언을 국가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선 안 된다’면서 직격탄을 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교를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은 역사와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외교관례와 상식에서 벗어날 때 오히려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낼 수 없다. 한·미·일 남방 3각 동맹에 ‘갇혀 있을 수 없고’ 동북아 정치의 ‘균형자’역을 하겠다는 노대통령의 생각은 우리의 국력을 외면한 환상이다. 외교는 외교부에 맡겨라. 국가외교의 지축을 더 이상 흔들어대서는 안 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의 외교는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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