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아직도 이곳에서 공포에 질린 희생자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폴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이었던 아우슈비츠에서 열린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를 상징하는 수용소해방 60주년기념 행사에서 이스라엘 대통령 모셰 카차브가 한 말이다. 이날 행사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유가족, 30여개국 정상들과 정부대표단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대 규모의 국제적 기념식이었다. 폴란드 외무장관인 블라디슬라브 바르토제브스키는 “1940년 이곳에 끌려올 당시 나는 히틀러 치하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면서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이 무덤 없는 묘역에서 연설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 나치가 1940년 4월에 설치, 가스실 학살과 생체실험을 자행하다가 1945년 1월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구 소련군에 의해 폐쇄된 곳이다.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기념식을 통해 전 세계에 사죄의 뜻을 다시 밝혔고, 쾰러 대통령은 아우슈비츠 현지행사에 직접 참가해 사죄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독일의 사죄는 약 600만명의 유대인을 무참하게 살육한 나치정권의 만행에 대한 사죄이다. 특히 1940년부터 1945년까지 5년간 600만명의 생명이 무참하게 죽어갔지만 그 당시 독일의 교회, 지식인, 국민들은 거의 침묵하고 있었다. 인류 최악의 범죄현장을 보고도 침묵했던 독일은 60년이 지난 오늘, 부끄러워하고 사죄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유럽 각지에서 열차로 실려 온 사람들 중 쇠약한 노인과 어린이들을 곧바로 공동샤워실로 위장한 가스실로 보내 살해했다. 화학가스 지그론B가 주로 사용됐다. 유품은 재활용품으로 썼고, 금니는 뽑아 금괴를 만들었으며, 머리카락은 모아 카펫을 짰고, 뼈는 갈아서 골분비료로 썼다. 소련군이 진주했을 때는 생존자 7,650명과 머리카락 7.7t이 발견됐을 정도였다.그 인간지옥에서도 영웅들은 살아 있었다. 불려나가면 가스실에서 죽어 영영 돌아오지 않는 감방,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감방에서도 “석양이 아름답다” “세상이란 왜 이다지도 아름다운지”하며 대자연을 예찬하면서 가스실의 이슬로 사라진 영웅이 있었다. 죽음의 가스실로 가는 행진도중에도 행진을 멈추고 수용소 벽돌담에 핀 밥풀만한 작은 노랑꽃의 아름다움에 감동되어 한 없이 바라보다가 미소지으며 죽어간 유대인의 영혼도 있었다. 더 감동적인 일도 있다. 유대교 성직자의 죽음이다. 수용소장 면회를 요청하며 ‘내일은 스스로의 미약함을 신에게 속죄하는 날(욤 키푸르)이니 죽는 일마저 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차라리 내일보다 오늘 죽여 달라’는 시위였고, 그 말이 끝나며 그는 집중총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하루만은 성직자의 뜻대로 죽음의 가스실은 쉬었다.“북핵 문제는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리비아의 카다피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말했다. 2003년 12월 핵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는 지난 1년간 참으로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냈다. 24년 만에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했고, 지난해 4월과 9월에는 18년간 지속되어온 경제제재를 풀었다. ‘악의 축’으로 규정되었던 카다피가 이제는 당당한 ‘평화의 전도사’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리고 김정일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과연 리비아의 카다피식 모델을 따를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리비아에는 북한판 홀로코스트( 대량살육)가 없기 때문이다. 카다피는 김정일과 유형이 다른 독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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