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왜 ‘노무현’을 선택했을까? 기성체제에 대한 환멸이 그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 구시대의 적폐를 혁파하고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라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학벌사회를 타파해달라고 무언의 함성을 질렀을 것이다. 상고출신인 그는 학력차별로 적지 않은 설움도 겪었을 테니 교육문제라도 잘 풀어줄 줄 알았다. 그도 알았는지 교육지표로 공교육 정상화, 교육민주화의 실현, 교육복지 확대를 삼고있다. 그런데 교육부총리에 이기준씨를 발탁했다. 이씨는 제자들에 의해 서울대 총장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그는 당시 이중국적자인 아들이 병역을 기피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대 교수는 국가공무원 신분이라 사외이사를 겸직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이 금지규정을 무시했다. 기업한테서 연구비 1억4,000만원을 받고도 대학에 신고하지 않았다. 2001년에는 판공비를 무려 4억5,100만원이나 썼다. 명절 선물비만도 5,800만원이나 된다. 부인이 법인 카드를 들고 다니며 쓴 것도 밝혀졌다. 그의 부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자 그는 믿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았다. “입대를 강요할 수 없었다.” “사외이사를 했지만 보수가 아닌 연구비를 받았다.” “자문만 응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중복되거나 분류가 적절치 않아 부풀려졌다.” 이것이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교육수장의 구차한 답변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인사수석이라는 사람은 더 가소로웠다. 조선시대 축첩을 예로 들며 사람판단은 세월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사원칙은 전문적 역량이 우선순위이며 윤리적, 법률적 하자는 그 다음이다”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공직자는 능력만 좋으면 부도덕, 비양심 따위는 괘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그의 흠결이 양파껍질 벗겨지듯이 또 한 꺼풀씩 드러났다. 한국국적을 포기한 장남이 미국에 있다더니 국내에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수원에 시가 18억원 상당의 땅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 땅에 건물을 짓고 아들 소유로 명의를 변경하고 나서부터는 공직자 재산신고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장남은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연세대 화공과에 특례입학했는데 그것이 부정입학이라는 의혹도 샀다. 부모가 한국인이고 본인도 이중국적을 갖고 있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국적포기는 호적등본을 떼보고 알았다.”, “아들이 자기 돈으로 건물을 지어 등기도 아들 명의로 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국적포기도 몰랐다고 한다. 아들 하나 못 다스리면서 교육이라는 국가대계를 세우겠다고 버텼으니 몰염치의 표상이다. 땅을 아들에게 줬다지만 증여세를 냈는지는 모르겠다.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사퇴했다. 이기준 파동에서 청와대가 보인 자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은 산업이니 그가 대학개혁을 위한 적임자라고 강변했다. 대학을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비유한다면 거기에는 교육이 없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이씨와 40년 지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가 이씨를 천거했을 거라는 보도가 있자 법적대응하겠다고 발끈했다.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의장이다. 그러면 그 결정에 반대했다는 말인가? 권력중독에 걸리니 언론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인책론이 확산되자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씨를 추천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홍보수석의 합리화 또한 가관이다. 제청은 총리의 역할이고 검증은 청와대의 몫이란다. 추천과 검증은 별개라는 논리다.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선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살아남고 수석 두 사람만 옷을 벗었다. ‘분권형 책임제 총리’라고 한다. 이런 중대한 사태에도 면책이라면 어떤 일에 책임지는지 궁금하다.김 실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자 그는 실용주의자라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는 연세대 총장 재임당시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를 주장해온 사람이다. 부자에게는 대학의 문을 활짝 열자는 비교육적 교육관이 실용주의인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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