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기대를 하는데, 그것도 좋지만 그보다 자식들이 곧고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아마도 이것은 품위 면에서도 어느 정도 인격과 학식을 갖추고, 남에게 베풀 만큼의 재산도 있고, 또한 이웃에 나눌 줄 아는 섬김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 이것은 옛날의 그 사회를 이끈 주도세력인 양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 된다.

옛날 양반은 문관인 동반과 무관인 서반을 합쳐서 부르는 말로 지배계급인 사대부 신분을 의미했다. 지금은 신분 계급 사회가 아니어서 별 쓸모없는 단어가 된 말이기도 하지만 양반은 본래의 뜻이 변하여 지금은 점잖은 사람을 말할 때, 또는 남자를 가볍게 대하며 부를 때 쓰는 말이 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이상하게 양반이나 귀족하면 거부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양반의 진수와 미덕을 알지 못한 결과의 소치다. 양반이라 함은 단순히 돈 많고 권력을 휘두르는 특권층이 아니라 조선시대에서 진짜 양반은 쌀 천석, 글 천석, 인심 천석 등의 미덕을 고루 갖춘 집안을 양반집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재산만 있다던가, 글만 있다던가, 인심만 있다던가 하면 진짜 양반이 될 수 없었다. 우리가 지(知),덕(德), 체(體)를 골고루 갖춰야 전인적이고 온전한 인간이
되듯이 양반도 글, 재산, 인심을 고루 갖춰야 진짜 명문 집안으로 일컫는다.

필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양반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를 ‘명품 경제학’, ‘부자 경제학’, ‘나눔(섬김) 경제학’으로 보고 이를 고루 갖춘 것을 ‘新양반 경제학’이라고 본다.

얼마 전에는 가짜 모조품시계가 명품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니 이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는 대학교수의 논문 표절과 채용에 있어서 학력이 거짓으로 판명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무엇이 명품 경제학인가?

불과 5년 전만해도 10억 정도의 자산가치가 있으면 부자라고 했는데 이제 30억, 50억 정도는 있어야 부자라고 한다. 이러한 속도로 부자의 자산가치가 증가 된
다면 몇 년 후라면 과연 얼마가 있어야 부자 경제학의 대상일까.

얼마 전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 노파가 거액을 장학금으로 쾌척한 사례와 히딩크가 월드컵 축구에서 받은 보답으로 장애인 시설과 드림필드를 준공한 사실
등은 매우 돋보이는 일이다. 외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는데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사회와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남에게 인심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반조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소위 요새 잘나가는 강남의 졸부라든지 일부 권력실세인 정치가나 관료그룹이 양반이 아니다. 또한 명예와 부를 동시에 가진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인도 양반이 아니다.

따라서 양반은 특정계급이나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양반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고 특성이다. 그 조건과 특성이 맞으면 누구든지 양반이나 귀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갖든지 어느 계층에 속하든지 재산도 어느 정도 있고 거기에 맞는 지식도 있고 배운 만큼 남에게 베풀 줄 아는, ‘新양반 경제학’이 재조명되는 때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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