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출장 나온 한 북한 관리가 지난해 12월 29일 조선일보사에 보내온 한통의 비밀 팩스편지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그는 편지에서 “누가 김정일을 돕고 있고 누가 북조선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고 적고 있다. 북한에서도 외부정보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정부가 탈북자들을 홀대하고 이들을 구출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은 북한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그래서 북조선 인민들은 도망칠 수도 없는 처참한 처지에 놓여, “앉아서 굶어 죽거나 맞아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의 뜻있는 간부들과 반정부 세력들은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남한정부에 대한 ‘증오의 골’ 은 더 깊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편지는 더욱 숨 가쁘게 이어진다. “우리민족이 가장 어려울 때, 우리가 형제라고 믿고 있는 남조선 인민들이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고 북조선 인민에게 자유와 해방을 주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정도 이야기 하면 다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는 이어서 “북조선 인민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노예처럼 살고 있는지 헤아려 주시기 바라며 김정일을 돕는 자는 훗날 반드시 북조선인민들이 정의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며 편지를 마무리 짓고 있다. 바로 이 ‘정의의 심판대에 세워야 할’ 일 중의 하나가 정동영 장관이 내세우고 있는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논리다.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북한 나름의 잣대로 북한을 봐야지, 외부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북한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면 왜 그런지 수긍할 수 있고, 또 수긍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정책 개선안도 기획탈북을 막고 정착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역사의 심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무섭고도 놀라운 일이다.바로 이때 크리스마스 없는 평양은 2004년이 마지막이라는 주장을 한 사람이 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 마이클 호로비츠 수석연구원이다. “북한은 다음 크리스마스 전에 내부 폭발할 것이며 김정일은 내년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는 역사적인 불가피성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의 붕괴는 자동적으로 일어날 것이며 그런 날이 빨리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어서 북한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강제수용소를 폐쇄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으로 믿을 수 있는 장군들 몇 명을 찾은 뒤 그들에게 모종의 행동을 하면 우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중국은 지금 북한 김정일의 정권 유지를 위해 지불해야할 정치적인 대가가 점점 늘어나자 김정일을 승계할 북한의 한 장군을 선정했다고 확신한다. 그가 승계한 북한에 위기를 선언하고 중국군대 20만 명을 북한에 보내는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은 북한 붕괴시 200만 명의 북한주민 남하를 방치해 한국경제를 마비시킴으로써 경쟁자를 제거하는 일거양득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인권법 제정과 관련 “지난 9월 상원은 하원보다 더 강력한 북한 인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면서 “이것은 북한정권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관련 발언들에 대해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김정일 정권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라는 “당혹스럽고도 놀라운”입장 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스스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멀어짐으로써 북한정권이 붕괴했을 때 한국 사람이 감당해야할 “수백조원의 경제적 부담의 공유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이며, 미 의회는 대북정책의 또 하나의 골간이 될 ‘독재종식과 민주주의 확산(End Dictatorship and Assisst Democracy)’ 이라는 법안의 심의에 착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북에서 날아온 비밀편지에 대한 답장이다. 김현욱 국제평화외교안보포럼 이사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