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가 2월23일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했다. 2월 10일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정치적 핵공격”에 이어서 제2의 ‘외교적 핵폭탄’이 서울 한 복판에서 터진 것이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역사왜곡이나 독도에 관련된 망언을 할 때도 서울주재 대사만은 말을 아껴왔다. 일본대사의 정확히 계산된 말과 시점에 문제의 곡절이 있다. 단발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일간의 민감한 외교적 분쟁이 있을 때마다 미국은 중재에 나서 양국 간의 충돌을 막아주는 조정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감당해주었다. 이제는 미국의 역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의 외교적 도발이 격화되는 것을 보면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공고해지고 한·미관계는 악화의 비탈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다. 한·미관계가 북한 핵 문제의 인식과 대응 과정에서 틈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일본의 독도에 대한 도발수위는 점점 강렬해질 것이다. 외교적 상식이다. 일본역사교과서의 왜곡문제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동시에 북한 핵은 빠른 강도로 일본 핵을 자극하게 되고 일본을 핵강대국가로 만들 것이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100여일 내에 가공할 파괴력을 갖는 핵 국가로 등장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고 있다. 한·미갈등은 일본을 아시아에서 세계의 군사강대국으로 키워놓은 꼴이 되었다. 점점 감당하기 벅찬 상대로 키워놓은 것이다.미국의 한반도 전체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일본을 통해 표출되고 있을 수도 있다. 독일 최대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월 14일자 커버스토리에서 김정일은 체제개혁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핵무기가 있어야 외부공격을 막을 수 있고, 북한의 붕괴를 막을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핵무기는 정당방위의 수단으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김정일의 도박성 때문에 북한이 세계핵확산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칸 박사는 1992년도에 13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핵 협상을 벌였다. 북한의 노동미사일(사정거리 1,500km에 핵탄두 탑재가능)과 파키스탄의 원심분리기술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1992년 이후, 1997년부터 북한은 무기에 사용가능한 우라늄정제기술을 보유하게 되었고, 아울러 파키스탄의 미사일 기술도 크게 도약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아직까지 칸 박사의 핵기술이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갔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의 핵무기에 대한 집념은 대단하고, 바로 북한 김정일이 칸 박사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는데 북한 핵의 위험성은 증폭되는 것이다. 북한 핵은 세계사에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커크 기자는 2월24일 아시안 월스트리트(AWSJ)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 외교관과 정치인들이 북한 핵무기와 북한 군사력을 놓고 큰 소동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소음처럼’ 들릴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북한 핵과 휴전선 이북의 북한 지상군의 위협을 진정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핵 대사를 지낸 갈루치도 진난 5일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는 확실 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방정보국(DIA)이 발표한대로 북한은 약 14~15개의 소형탄두화된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고, 그래서 지금 한반도는 세계사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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