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이 독일 방문을 앞두고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침략과 가해의 과거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말하고 최근 독도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인들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왜곡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일본이 젊은 세대에게 잘못된 교육을 할 경우에는 미래에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일본을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 동안 3차례에 걸쳐 ‘대일 외교전쟁론’을 쏟아 내온 盧대통령은 이번에는 유럽정상외교를 앞두고 일본을 공격한 것이다. ‘공격외교’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최근 미국정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올해 아시아 지역의 가장 긴급한 안보이슈는 북한 핵문제”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에서의 안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세계 비확산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심각하고 고질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과 관련 기술 등을 수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교착상태에 빠진 北核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북 강경책 처방밖에 없으며, 그 방법으로는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유엔차원의 대북제재를 추진할 것을 미국정부에 권고하고 있다.세계는 北核문제에 매달리고 있는데 막상 당사국인 한국의 대통령과 외교·국방장관은 일본에 외교전쟁을 선포해놓고 대일 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반기문 외교장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일본 외교부장관을 만나 초강경의 항의와 입장표명을 했다. “즉각 독도 관련 기술을 삭제하라”고 요구한데 이어 독도영유권 교과서 삽입과정에 일본정부가 개입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조례안 제정에 대해서도 한국의 영토주권 훼손행위라고 지적하고 일본의 영토권주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러나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기술하도록 집요하게 요구하고 유도한 일본 문부과학상은 8일 한국외교장관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과는 일본 중학생의 65%가 사용하는 출판사들의 교과서까지 ‘다게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쓰게 된 것이다. 일본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2005년판 ‘외교청서(靑書)’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 명백한 일본의 고유영토’란 종래의 표현을 반복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결과적으로 일본과의 ‘외교전쟁’으로 얻고자했던 것을 잃은 꼴이 되고 말았다. 감정을 앞세운 포플리즘적 초강경의 ‘외교전쟁’론은 전략과 전술에서 모두 실패한 것이다.윤광웅 국방장관 또한 좌충우돌이다. 8일 윌리엄 페리 전 미 대북정책조정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망언에 대해 미국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가리키며 “미국이 동북아의 역사를 관찰하고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의 격에 맞지 않는 말이다. 육참총장 취임식에서는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수 있도록 군(軍)을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하면서, 다른 자리에서는 중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고도 말한바 있다. 철없는 천방지축의 말이다. 유엔인권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처리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2003년은 표결에 불참하고, 2004년은 기권했고, 2005년 표결에서는 다시 기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같은 인권위원회에서 일본의 과거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외교공세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처참하고 절박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면서 말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조롱받을 일만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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