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의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정기국회의 문이 열렸다. 대통령의 연정론, 선거구제 개편, 총리의 부동산투기의혹 등으로 국회개원전에 이미 뜨거운 화두가 국회의 밥상위에 마련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벌써 어느 국감장에서는 이해찬총리를 향해 ‘총리가 위법에서 벗어나려면 농부로 복귀해야 한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아마도 올가을은 이러한 논쟁들로 수놓아질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지역구도와 관련된 대통령의 연정제의에 이어 등장하는 선거구제 개편문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에 대접전이 벌어질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회가 공전하여 파행으로 치달으면 그간 달궈져왔던 개헌론들이 융합되어 조기총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논자들도 있다. 얼마 전에는 복권된 후 청와대를 다녀온 정대철씨가 노대통령이 개헌, 조기이양 등에 관하여 던지고 있는 각종 메시지들은 시행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전망을 하기도 하였다.이제 국민들은 노 대통령과 현 집권층이 끝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불안섞인 전망을 점점 더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집권층이 끝까지 갈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는 지난 노태우정권 때 공약한 중간평가와 관련하여 거론된 후 처음으로 나온 말이어서 처음에는 여당의원들마저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얘기들이 여의도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잠깐 북핵문제가 해결되는 듯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여보려 했던 국민들은 다시 불안심리를 내보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밀고 당기기는 한동안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주식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일간지의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국민의 70%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불안의 원인이 ‘내가 할일을 안 해서 나에게 닥칠 일이 불안한 것’이 아니고 ‘정치가 불안하고 경제가 불안하여 나라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총체적으로 오늘과 내일이 불안하다’는 것이 문제다. 대통령이 연정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민생에만 전념하겠다고 공언한 이후의 조사결과라서 더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우선 정치가 국민을 불안하게하고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는 과정 속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치를 무기로 국민의 생활을 재단하려는 커다란 ‘기도’는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커다란 정치적 화두는 여야간의 격돌로 이어지고 이는 국민을 편 가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던 멀지 않은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제는 국민의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연성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얼마 전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심대평충남지사가 아카데미를 열면서 발언한 대목이 생각난다. 그는 ‘개헌논의 보다는 주부들의 시장바구니를, 선거구제보다는 노인 및 저출산 문제를, 이념논쟁보다는 노사를 포함한 국민의 합의를 도출시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였다. 아직 실체가 없는 정당의 추진인사가 밝혔지만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요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거대이슈는 정치를 경성화시키고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레드오션’이다. 이제 국민의 가슴을 파고드는 생활정치를 개발하는 정당이 정치의 ‘블루오션’을 리드하게 될 것이다. 고비용 레드오션정치냐 저비용 블루오션정치냐를 선택하는 것은 정당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으나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해 제 3의 대안을 바라는 국민의 방황하는 눈을 바라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연성정치의 연착륙 시험무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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