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스포츠 팀들과 지도자들이 2월의 2·13 합의 이후 남한을 줄줄이 방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월 북한의 청소년 축구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남한으로 넘어왔다. 그들은 제주 수원 순천 광양 등지를 두루 돌며 훈련했다.

4월엔 북한의 남녀 태권도 시범단이 내려와 춘천과 서울에서 시범 공연했다. 그런가 하면 그들과 함께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서울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남북한 태권도 통합을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북한 스포츠 팀들의 내한 시범 공연과 훈련 그리고 남북 스포츠 통합 제스처만 보면,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평화스러워 보인다. 서울의 한 일간지는 ‘축구로 우정다진 서귀포 南北대결’ 이란 제목을 크게 뽑았다. 또 ‘제주 축구장 문틈으로 하하하 핀 北 웃음꽃’이란 제목을 달기도 했다. 남북관계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지금 남북관계는 북한의 스포츠 팀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우정’을 다지고 ‘하하하 웃음꽃’을 피우며 시시덕댈 때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남북관계는 6·25 남침 이후 최악의 위기이며 살벌한 상태이다. 북한은 핵폭탄을 실험 완료했으며 결정적 시기에 그 가공할 핵무기를 휘둘러 남한을 적화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 북한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협박도 한다. 4,900만 국민들은 붉은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바로 이때 북한은 청소년 축구단과 꽃미녀를 포함한 태권도 시범단을 남한 땅으로 들여보내 순박한 웃음과 평화스런 분위기를 억지로 자아내고 있다. 그 목적은 분명하다. 남한 주민들에게 평화와 화해협력의 허상을 조작해내기 위한 데 있다. 스포츠를 통한 위장 평화공세이며 화해 분위기 조작, 그것이다.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와 화해 조작 저의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끔찍한 핵폭탄 위협에 대한 남한 주민들의 공포심을 세탁하고 대북 경계심을 해체
하기 위한 데 있다. 동시에 북한은 한 손에 핵무기를 쥔채 남한으로부터 천연덕스럽게 경제지원을 얻어내려 한다.

북한의 스포츠를 통한 위장평화 공세는 북의 의도대로 고스란히 먹혀들어갔다.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 핵무기의 두려움을 씻어내고 그 대신 북한을 예쁘고 우정어린 동족으로 착각토록 했다는 데서 그렇다.

북한의 상징조작 효과는 남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앞서 인용했던 대로 남한 언론은 ‘축구로 우정다진 서귀포’니 ‘北 웃음꽃’이니, 운운하며 북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의도대로 써 주었다. 어떤 신문 인터넷판은 ‘겉보긴 가냘파도 당찬처녀’란 제하의 글을 싣고 북한 꽃미녀 태권도 사범을 부각시켜 주었다. 그녀의 인기가 폭발해 “함께 사진 짝자”는 주문이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핵폭탄의 경계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진 찍고 싶은 미녀라는 인상조작에 휘말려든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핵 공포 세탁을 위해 화해협력 분위기 조작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이산가족 상봉, 6월의 6·15 공동선언, 8월의 8·15 광복기념일 등을 통해 화해 분위기로 들뜨게 할 것이라는데 그렇다. 북핵에 대한 남한의 증오와 경계심을 파묻기 위한 기만이다.

그에 대한 남한의 대응책은 자명하다. 남한 정부는 북의 붉은 놀음에 멍석을 깔아주어서는 안되고, 언론들은 그에 장단을 맞춰주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북한이 핵폭탄을 완전히 폐기하고 검증해주기 전까지는 쌀과 비료 등의 대북지원을 유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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