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품 반출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물건을 빼돌려서 팔기보다는 대부분 (개인적인 욕심에서) 자신의 차에 장착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절도혐의만 적용했습니다. 반출된 물건은 모두 회사 측에 회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국내 대표적 자동차 기업에서 일어난 사건을 두고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았다. 12만원 상당의 차량용 후방카메라 절도 사건이라서 규모가 경미하고 우발적인 사건으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사가 경찰서에 사건 의뢰를 부탁한 것으로 보면 대충 덮어버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해당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서 “이번 사태를 빌미로 현장탄압을 획책하려 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할 것이다”고 사측의 조치에 불만을 표시한 바가 있다.

이런 일이 이번만은 아니다. 동종업계의 한 기업에서는 지난 2003년 초부터 수출용 차량부품을 카센터 등에 빼돌린 혐의로 50여명의 직원들이 절도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 피해 부품은 에어컨과 범퍼 등 370여점으로 시가만으로도 6700여 만원에 달하였다. 최근에 해당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옴에 따라 해당 회사의 징계위원회는 15명에 대해서는 해고를, 나머지 35명에 대해서는 출근 정지 결정을 내린 바가 있다. 명백한 절도 사건을 두고 2003년 이후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상당한 법리적 공방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건들을 두고 노사 간에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노조에 대한 탄압 빌미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진정으로 우려하는 바는 ‘회사 내부의 기강이 이래서 되나’라는 걱정이다. 이 같은 일들은 강력한 노동조합과 만성적인 단체행동이 지배하는 현장의 상황이 어떠한가를 추정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천 명의 직원들 가운데 극소수의 일이라고 간주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이런 절도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노와 사가 지켜야 할 권리와 의무 관계 가운데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가 침해된 셈이다. 물론 우리만 그런가. 사측은 잘못한 것이 없는가라고 응대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경영에 정말 필요한 일은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합법적인 행동은 물론이고 합법을 넘어서 윤리적으로 정당한 행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사건들이 주는 의미는 단순한 절도 사건이 아니라 이런 정신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에 대한 걱정이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초저가 자동차의 대두, 세계 자동차 시장의 재편, 치열한 경쟁과 원가 인하 압력, 중국과 인도 자동차 회사의 급부상 등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저가 시장을 토대로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프리미엄급 시장으로 도약해야 하는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으로부터 기업의 경영층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만들어 내는 상품에 ‘혼(魂)’을 불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거의 기적적으로 만들어 낸 한국의 자동차 산업 기반이 허물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기강과 도덕을 바로 세우고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한층 분발해야 한다. 자동차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라면 점점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한번 밀려나게 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절박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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