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측과 시민단체 그리고 등산객 간 충돌’ 지난 22일 신문은 합천 해인사 입구에서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충돌을 전한다. 시민단체는 통행세 성격의 관람료 징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사찰측은 올 1월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19개 사찰은 1600~3000원을 징수하고 조계종의 경우는 일 년에 300억 원을 웃도는 수입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조계종 소속 사찰이 국립공원 내에 차지하는 총 면적은 8.9% 정도라고 한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해 5월 18일, 국회 노동위원회 장복심 위원(열린우리당) 등 위원 70명이 공동 발의한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 근거가 되는 자연공원법 제 37조 규정을 수정하는 개정안을 제출함으로써 시작된다. 어느 누가 공짜를 마다하겠는가. 아마도 이 안이 발의되었을 때 이런 조치들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우려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입장료 폐지를 통해서 득을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들의 부작용으로 시정 조치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책이든 제1차 효과뿐만 아니라 제2차, 3차 효과를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22일 승려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등산객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진이 큼직하게 실린 장면을 보았을 때, 필자는 지금부터 25년 전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미국에서 학위 과정을 할 때의 이야기이다.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자격시험에 입장료 문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가 다니던 캠퍼스에 계속해서 차량이 늘어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두고 고심을 하였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습니까’라는 문제였다. 한 가지 대안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동차만 출입을 허용하는 규제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주차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방법 등을 두고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설명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공짜가 되면 ‘혼잡비용’ 이 반드시 증가하게 된다. 인간이 인센티브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공짜가 되면 과도한 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이런 후유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 가지 사례로 국회를 끼고 도는 벚꽃 길에는 늘 무질서가 판을 쳤다. 그러나 구획을 정하고 주차료를 정확하게 징수하고 나서부터는 무질서가 거의 사라졌다. 청결과 정리 정돈 상태는 주차료 징수 이전에 비해서 비할 바가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다. 나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 한다’는 믿음을 떠올리곤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본다. 그것은 혼잡비용을 말한다. 공짜이기 때문에 과도한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한 가지 사례로 입장료를 폐지한 이후 북한산 국립공원의 경우만 하더라도 탐방객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이 늘어났다고 한다. 다른 국립공원들의 경우도 대부분 40~5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입장료가 폐지된 다음 1·4분기만 하더라도 전체 국립공원 입장객은 464만 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314만 명보다 48%나 늘어났다고 한다. 앞으로 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세상에 공짜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남용과 남획이 문제 때문에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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