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게 마련이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고 사는 재미도 줄어든다. 생선회감으로 광어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해 왔지만 요즘은 잡어회가 더 인기가 있다. 자연산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토종 개복숭아나 개살구도 천덕구러기 신세였지만 요즘은 관상목으로 인기가 있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야생초도 이제는 귀한 화초로 대접받고 있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고 인간도 변해야 살 수 있다. 그러나 변하려면 제대로 변해야 한다. 과연 한국사회는 제대로 변하고 있을까.

최근 엽기적인 뉴스가 보도되었다. 몇 년 전까지 급성장하던 애견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사람들이 이제는 돈이 적게 드는 관상어를 기른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드디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저기서 애완견을 내다 버리거나 위탁의뢰를 하자 이들을 수거 해다가 보신탕을 해먹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한 마리에 수 백 만원씩 하던 코카스패니얼이 단돈 만원에 팔려가서 식탁에 오른다는 기가 막힌 소식이다. 우연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체계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토종인 진돗개, 삽살개, 황구는 제쳐두고 온갖 서양개들을 비싼 값으로 수입해서 갖가지 치장을 하고 미용실과 개 호텔까지 등장 하는가 했더니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하루아침에 보신탕 거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 마디로 ‘개만도 못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변덕과 불신과 배반이 판을 치는 사회는 선진사회가 아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너무나도 변덕이 심한 사회가 되었다. ‘변화’와 ‘변덕’을 구분조차 못하고 있다.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바꾸기만 하면서 이것을 변혁과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얼리 어댑터(Early Adaptor)족은 우리나라에 제일 많다고 한다. 컴퓨터, 전화기, 자동차등 신제품만 나오면 무조건 새로 바꾸는 사람들이 얼리 어댑터족이다.

이들은 ‘안 바꾸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줄을 서서라도 신제품을 구입하려고 한다. 이들은 ‘바꿔 바꿔’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얼리 어댑터 신드롬에 빠지면 신제품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바꾸지 못해 안달하게 된다. 국회의원을 바꾸고 친구를 바꾼다. 사업가 중에는 이유도 없이 거래처를 자꾸 바꾸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신용사회는 무너지고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늘 우리와 함께 뛰놀았던 토종개는 외면하고 온갖 서양개들을 수입해서 애지중지 하더니 갑자기 내다버리고 잡아먹는 사회가 과연 안정적인 사회인가?

우리는 지금 변화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지나치게 변덕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정치도 행정도 경영도 변덕이 지나치면 신용이 흔들리고 어렵게 쌓아온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건 버리는 게 바람직한 변화고 개혁이다. 그리고 정도와 상식이 통하는 변화가 생산적 혁신이다.

지도자가 변덕스러우면 사회도 변덕스러워진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 대신 변덕이 팥죽 끓듯 해서는 더 큰 혼란에 빠질 뿐이다. 애완견 키우기 힘들다고 관상어로 바꾼 사람들이 언젠가 관상어로 매운탕을 끓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도와 신뢰-이걸 버리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더 이상 변덕이 변화를 대신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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