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카’ 라는 말이 있다. 얼짱, 몸짱, 매너짱을 일컫는 ‘짱’ 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 카드놀이에서 으뜸 패로 꼽히는 ‘킹 카드’(K)가 그 뿌리다. ‘퀸카’ 는 킹 다음의 버금 패인‘퀸 카드??(Q)의 준말이고, 1-9까지의 보통 카드는 뭉뚱그려 ‘물카’ 라 한다.

이 세 가지 용어 모두 미팅 또는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방의 외모를 지칭하는 젊은이들의 은어로 한 동안 사용됐다. 이제는 학벌, 가정, 직업, 연봉규모 등 갖가지 기준에 따라 킹카, 퀸카, 물카 따위의 타이틀을 붙이는 것으로 진화됐다. 요즘 젊은이들의 냉정한 현실주의와 영악한 공리주의의 산물이지만 뭔가 좀 서글프고 안쓰럽고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킹카는 그 개념이 다르다. 21세기의 핵심 키워드인 지식(Knowledge), 정보(Information), 네트워크(Network), 세계화 (Globalization), 문화(Culture), 예술(Art)의 영문 첫자를 모아서 합성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킹카’(KINGCA) 인 것이다.

이를 테면 킹카의 재구성 또는 재해석인 셈인데, 그 내용을 토대로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 킹카형 리더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과연 어떤 요건들을 두루 갖추어야 할까?

먼저 지식과 정보에 대한 식견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K&I). 무슨 심오한 이론이나 전문적 기술, 또는 ‘007 제임스 본드’ 같은 신출귀몰한 정보능력을 갖추라는 게 아니다. 환경변화에 대한 감지능력과 대처방안 마련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능력을 갖춘다면 그걸로 족하다.

다음, 갖가지 네트워크의 구축능력과 각종 시너지 효과의 창출능력(N). 파벌정치나 코드 인사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파벌과 코드를 초월한 탕평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그것을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적, 물적, 조직의 네트워크에 시너지 효과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 다음, 세계화를 위한 비전 제시능력과 전략적 정책수립 & 수행능력(G). 가령 ‘우리끼리’ 류의 편협한 민족주의와 절대평등이라는 교조적 근본주의에 매몰된 국가경영으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게 오늘날의 세계질서가 일러주는 엄혹한 교훈이다. 국가목표와 비전의 세계화,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할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콘텐츠와 프로세스의 구축에 앞장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 마인드가 필요하다. 문화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요,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가 상품가격까지 결정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무한경쟁시대다. 그런데 종래의 승리의 축으로서 경쟁이 아니라 국가간, 기업간, 개인간에 벌어지는 생존의 축으로서 무한경쟁이기에 의미는 더욱 심장하다.

골드만 삭스가 말하는 ‘브릭스’팩터 와 ‘친디아’ 팩터, 그리고 최근의 비스타VISTA 팩터 만으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 공화국, 터키, 아르헨티나) 우리는 충분히 불안한데, 이건희 회장이 말하는 ‘샌드위치 신세’ 에 국제유가의 1백 달러대 진입전망과 환율 급락이란 악재까지 겹쳤으니 그야말로 진짜 ‘위기의 한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내 상상 속의 ‘킹카’ 형 리더들이 그리워지는 이유인데 곧 닥칠 대통령 선거 때문에 그 그리움이 더욱 유난스러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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