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설전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10일 정 위원장의 이익공유제 구상을 가리켜 “경제학 책에 나오는 말도 아니고…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일갈하였다. 그러자 정 위원장이 반격에 나섰다. 그는 다음날인 11일 “색깔론이나 이념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라”며 “기업들이 납품가를 후려치고 그 결과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애초 계획한 10조 원이 이니라 17조 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였다. 16일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 위원장의 이익공유제가 “애초부터 틀린 개념”이라며 “원래 기업 내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성과배분에서 출발한 개념”이기 때문에 “이것을 기업 사이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초과이익공유제란 정 위원장이 지난 2월 23일 제시한 구상이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이익을 나누는 제도적 장치로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시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이익공유 실적을 “동반성장 지수 평가에 반영해 세제혜택을 주는 식으로 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동반성장 지수’란 56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납품 단가를 후려치지 않고 얼마나 잘 대우하느냐를 ‘지수’로 표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최 지식경제부 장관의 지적대로 초과이익공유제는 기업내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성과배분에 적용될 개념이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강요될 제도는 아니다. 뿐만아니라 삼성의 영업이익 17조 원도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착취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최첨단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국 상품을 물리치고 쟁취한 부가가치이다.

물론 정 위원장의 주장대로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초가이익공유제’ 발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발전’ 코드에 맞추기 위한 무리한 접근이라는데 크나 큰 흠이 있다. 정 위원장이 대통령의 ‘동반 발전’ 구현을 위해 총대를 멨다는 데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정 위원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총리 시절 이 대통령의 공주·연기의 세종시 원안 폐기를 위해 앞장섰다. 그로 인해 정 총리는 충청권 야당 의원들로 부터 고향을 팔아먹은 매향노(賣鄕奴)란 막말도 들어야 했다. 결국 정 총리는 작년 6월 세종시 백지화 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세종시 총리’로서의 역할이 끝나 총리직을 떠나야 했다.

정운찬 씨는 작년 말 민간기구 형태로 발족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다시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동반선장위원회’ 역할을 대통령의 코드에 따라 대기업을 압박하는 것으로 간주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작년 7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 산업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내각에 지시하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 발전’ 발상을 띄운 것이다. 여기에 정 위원장이 세종시 경우 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 발전’ 추진을 위해 다시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의 총대 메기는 1년 전 그가 ‘세종시 총리’로 전면에 나섰던 거북한 모습을 상기케 한다. 대통령을 위해 ‘세종시 총리’에 이어 다시금 재벌 압박하기 역할을 위해 앞장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총리’라는 허물을 쓴 정운찬 씨에게 대기업 때리기 역할을 맡긴 것도 국민들의 불편한 정서를 외면한 현명치 못한 조치였다. 정 위원장 자신도 설사 개인적 소신일지라도 또 다시 대통령 코드를 거들기 위해 무리하게 나서는 자리를 받아들인 것은 슬기롭지 못하다. 감투를 위해서라면 ‘매향노’란 비난도 마다 않고 대통령 총대를 연이어 두 번씩이나 메는 것 보다는 선비다운 맑은 인격체 유지가 훨씬 더 소중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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