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주장으로 정치권은 물론 조용하던 6월의 대학 캠퍼스가 뜨거운 태양아래 요동치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2일 당내 조율도 거치지 않은 채 불쑥 ‘반값 등록금’을 제기하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빈·부를 떠나 ‘반값 등록금’을 반대할 대학생과 학부모는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부와 대학의 재정 형편상 ‘반값 등록금’은 실현하기 어렵다. 대학 구조를 개선하고 기부금과 재단의 투자수익을 아무리 늘려도 지금 같은 여건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대학 까지 의무교육제로 바꾸지 않고서는 기대할 수 없다. 오직 사회주의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하다.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주장은 왕년의 ‘반값 아파트’와 ‘농어촌 부채 탕감’ 선동을 떠올리게 한다. 유권자의 표와 인기영합을 노린 포퓰리즘의 소산이다. 학교 수업에 몰두해야 할 학생들을 길 거리로 내 모는 반교육적 선동정치이다. 정치인으로서 반값 역할도 하지 못하는 ‘반값 정치인’들이 빚어낸 소모적 국론분열과 갈등이다.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부터가 비현실적이라고 하였다. 4년제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 수입의 52%가 등록금에 의존한다. 물론 46개 사립 대학들은 500~1000억 원의 적립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 적립금은 낡은 건물 신축이나 연구시설과 자재 매입에 대비한 몫이다. ‘반값 등록금’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5~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대학 수준은 세계 13대 경제대국 답지 않게 크게 쳐져있다.

우리의 대학 진학률은 82%로서 미국 64%, 영국 57%, 일본 48%, 독일 36% 보다 크게 앞선다. 하지만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는 한국 대학들이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뒤떨어져 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가 작년 9월 7일 발표한 2010년 ‘세계대학평가’에 따르면, 서울대 50위, 카이스트 72위, 포스텍 112위, 연세대 142위, 고려대 191위 등으로 하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대학의 질적 향상은 돈 투자에 있고 우리 대학에는 아직 돈을 더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등록금을 절반으로 꺾는다면 대학의 질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밖에도 ‘반값 등록금’의 부작용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간 347개 대학 (4년제 202개, 2년제 145개) 330여만 명은 반값 지원을 받는데 반해, 가정형편상 대학에 못간 젊은이들에게는 혜택이 없다.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진학을 포기했던 졸업생들이 싼 맛에 대거 대학으로 몰려들 수 있다. 대학 진학을 포기케 했던 부모들에게는 학비 부담을 안겨주고 기업체들에게는 대학으로 떠난 자리를 메꾸기 위한 인력난에 허덕이게 한다.
‘반값 등록금’ 시위는 올 9월학기로 접어들면서 높은 대졸자 실업율과 대출 받은 학자금 미상환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등과 겹쳐 격렬해 질 수 있다.

거기에 그동안 기회만 노리던 야당과 종북좌익 학생 서클들이 선동하고 나섬으로써 제2의 광우병 촛불시위로 왜곡 될 수도 있다.

정부와 대학 당국은 투명하게 재정 자료를 공개하면서 ‘반값 등록금’의 비현실성을 소신껏 납득시켜야 한다.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체 구조조종 등을 통해 최대한 등록금 인하 묘안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 차제에 부실 대학들은 과감하게 정리 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반값 정치인’들에 의해 무책임하게 선동된 6월의 ‘반값 등록금’ 소동에 우왕좌왕 흔들리지지 않고 책임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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