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삼성전자 사장(CEO)과 부회장 등의 평균 연봉은 59억8267만 원으로 보도됐다. 월 평균 5억 원이며 하루 평균 1700만 원을 받은 셈이다. 성과급이 더해지면 얼마나 더 많아질지 모른다. 금년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에 반해 휴대폰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계약직(비정규직) 근로자로 일하는 28세 김 모 여인의 월 급여는 120만 원이다. 연봉 1440만 원인 셈이다. 이 여인은 대학 졸업 후 5년 6개월간 계약직으로 전전하고 있다고 한다. 재벌기업 CEO는 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400여 배의 보수를 더 받는다. 김 여인은 상대적인 박탈감 뿐 만이 아니라 자신이 인간 이하로 하대 받는다는 인격적 모멸감을 금할 수 없다.

비정규직의 보수는 같은 기업의 정규직 월급과 비교해도 너무 차이가 난다. 기아차 정규직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200만 원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위탁업체 근로자의 연봉은 3300만 원에 불과하다. 정규직의 3분의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단순히 급여만 적은 게 아니다. 2년제 계약직이므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산다. 회사내의 각종 복지혜택에서도 제외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인도의 4 계급(카스트:Caste)중 최하위인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Untoucha bles)에 불과하다”며 자학한다. ‘불가촉천민’은 법적으로 1949년 폐지됐으나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해 오던 일로써 죽은 짐승이나 사람의 시체를 처리하며 먹고 산다. 다른 계급들은 그들과 통혼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불가촉천민’으로 천대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 1700만명 중 831만이나 된다. 근로자의 48.7 %에 해당하는 숫자로써 절반에 가깝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불가촉천민’의 멍에를 벗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연유가 얽혀 있다. 하나는 기업들의 몰인정한 이윤극대화 경영이다. 값싼 임금, 복지비 절약, 노조세력 최소화 등이다. 다른 하나로는 동료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 챙기기와 집단이기주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정규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누려온 연봉과 복지혜택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깎이게 될 것을 우려, 그들의 정규직화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불가촉천민’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비기반을 약화시키고 사회 안정을 해친다. 830여만 명이 사회정의 구현과 적정배분 실현을 위해 조직적으로 들고 일어난다면 걷잡을 수 없고 국가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모두 똑같은 근로자인데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3분의 1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이라도 능력이 비슷하면 보수도 비슷하다. 다만 2년마다 계약을 다시 연장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기업 측은 천문학적인 CEO 연봉을 줄여서라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CEO의 보수를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운동이 일고 있다.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정규직의 보수 체계를 능력에 따라 정규직과 비슷하게 제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경축사에서 “종합적인 비정규직 개선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이제 그럴만한 여유도 생겼다.

이명박 정부는 ‘친 서민’구호만 외쳐댈 게 아니라 비정규직 처우부터 개선하는데 전력투구 해야 한다. 똑같은 능력으로 일하면서도 ‘불가촉천민’으로 박해 당하는 이웃을 구제하기 위해서이고 대한민국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안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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