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은 대체로 인체로 치면 허리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도시가구 평균 소득의 50-150% 범위에 속하는 계층을 말 한다. 통계청 집계에 의하면 2010년 2인 이상 도시가구 중산층 월평균 소득은 322만 원이었다. 중산층은 전체 국민의 3분의2 수준인 67.5%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발족된 ‘중산층 태스크 포스’가 작년 발표한 ‘미국 중산층 보고서’는 중산층의 경제적 요건을 예시했다. ‘자기 주택과 자동차를 가졌는가,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는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 (미국의 의료보험은 국가 아닌 개인 의료보험에 의존), 퇴직연금이 있는가, 가족 휴가를 즐기고 있는가 등으로 요약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2010년 12월15일자 글에서 중산층의 개념을 재미있게 정리했다.

그는 ‘벤 프랑클린의 승리(Ben Franklin Won)’ 제하의 칼럼에서 중산층은 생활필수품 외에 돈을 쓸 수 있는 사람, 보다 적은 자녀들을 두고 자녀들의 계발을 위해 보다 많은 시간과 돈을 쓰는 부모, 근검절약·신중·청결·질서·절제·지속적 자기 개발을 강조하는 사람, 자녀들에게 부모와 다른 길을 가도록 가르칠 수 있는 사람, 등을 꼽았다. 또한 중산층은 유산계급(부르즈와)의 가치를 신봉한다고 했다.

작년 미국의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가 여러 나라들을 상대로 중산층 의식에 관해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부유한 나라의 중산층은 가난한 나라보다 민주주의, 언론자유, 중립적인 사법제도 등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부유한 나라 중산층은 여러 종파의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신을 반드시 선(善)한 존재로만 믿지 않을 권리도 인정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중산층도 미국 중산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산층은 근검절약 생활이 체질화됐다는데서 허황되게 사치하거나 낭비하지 않는다.

중산층은 비교적 학력도 높고 수백만 원씩 하는 외국 명품 브랜드 핸드백에는 눈길 조차 두지 않는다. 비싼 핸드백을 보라는 듯이 끼고 다니는 여인들을 부자행세하려는 사람이라고 경멸한다. 중산층은 질서와 절제를 숭상하기 때문에 전투적인 노조투쟁이나 폭력시위를 혐오한다.

중산층은 생필품 외에도 돈을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는데서 돈을 더 벌겠다고 바등대지 않는다. 뇌물을 먹거나 속이려 들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려 한다. 유산계급과 자본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 중산층은 자유민주를 파괴하려는 공산주의자들을 혐오하며 단호히 거부한다. 이 것이 중산층의 건전한 윤리의식이다.

중산층 윤리의식은 나라가 좌로 기울거나 우로 치우칠 때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허리 역할을 한다. 집권세력이 종북좌로 돌면 자유민주를 지키기 위해 서울시청 광장 시위에 나서고 독재로 빠져들 땐 저항의 봉화를 높이 든다. 사회가 부정부패로 썩어가면 소금역할을 한다. 중산층은 감투나 훈장 또는 경제적 대가를 바라고 시위에 나서지 않는다. 중산층 윤리의식이 살아나야 나라가 맑아지며 안정되고 화목해 진다.

그런데 중산층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1990년 75.4%였던 것이 20년 동안 매년 감소해 지난 해엔 67.5%였다. 근검·절약·절제 속에 법과 질서를 지키며 나라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심계층이 준다는 뜻이며 국가의 허리가 약해진다는 의미이다. 자유민주 국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흔들리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과 ‘친 서민’도 좋지만, 중산층 육성이 더 절실하다는 사실을 직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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