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파 축구신동 이산 인터뷰

1998년, 중학교를 중퇴하고 영국 축구 유학길에 올라 당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선수가 있었다. 이산, 당시 그는 13살에 불과했다. 이산은 영국 유소년팀을 거치며 실력을 쌓아갔다. 이산은 2005~2006 시즌, 챔피언십리그 세필드 유나이티드(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32경기에 출장, 15득점을 올려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산은 “우리나라에서 축구해 보고 싶다”는 다부진 말과 함께 한 마리 연어처럼 조국의 품에 안겼다.

13살, 이산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지 8개월 만에 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영국으로의 축구유학. 이산은 “당시 어머니께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길 권유했고, 영어권인 나라 영국을 택하게 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영국으로 가서 크리스탈 팰리스 U-12에 입단한 이산. 어린나이에 영국행이 힘들진 않았을까. 그는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 가 음식이나 생활은 불편함이 없었다. 그러나 초기에 한국과 다른 축구스타일과 문화적 차이, 언어 문제 등으로 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풀햄(영국) U - 15 유소년 팀과 비전1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영국)유소년 팀 등을 거친 이산. 2004년 7월에는 디비전2 브렌드포트(영국)에 진출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운동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산은 “유소년 팀 시절부터 현지인들의 텃새가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아시아축구가 그리 인정받지 못해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행동 속에 묻어 있는 이방인에 대한 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이산의 회고다.


“희비교차 세필드 유나이티드시절”
그러나 이산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05년 말부터 2006년 6월까지 활약했던 세필드 유나이티드(영국)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세필드 유나이티드는 이산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은 시기였다.

이산은 세필드 유나이티드 데뷔전에서 후반 20분을 남기고 투입되어 2골을 넣게 된다. 이산은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다”며 당시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산은 세필드 유나이티드에서 32경기에 출장 15골을 기록하면서 득점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산은 “2군 선수들 중에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골 찬스가 많았나 보다. 당시 2군팀 멤버들은, 다른 팀의 1군 멤버에도 뒤지지 않는 실력이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산에게 좋았던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6년 6월 그는 계약에 실패한 후 방출당하는 시련을 맞는다.

“세필드 유나이티드가 당시 챔피언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가면서 많은 선수들을 방출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리그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그러나 “세필드에서 방출된 직후 K리그행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시련이 또 다른 기회가 되어 다가온 것이다. 이산은 K리그에 진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제까지 타국인 영국에서만 축구를 해왔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었다. 또한 아직 실력이 향상되는 나이라 믿고, 좋은 환경에서(영국에는 숙소가 없다) 새로운 축구를 배우고 싶었다”며 진지한 도전 자세를 보였다.


“노력하는 자가 승리”
그렇다면 이번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이산에게 누가 도움을 주었을까. 이산은 K리그 진출과 관련, 도움을 준 이들로 이영표(토트넘)와 설기현(레딩FC)을 꼽았다. 그는 “영국에 있는 동안 영표형과 기현이형을 보았으며 특히 영표형 집에도 놀러가는 등 친하게 지냈다”며 “한국 K리그의 경험이 있는 영표형과 기현이형이 충고를 해주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들은 K리그는 쉽지 않은 리그라며, 만만하게 보지 말고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승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내게 자만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물론 나 역시 K리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등이 진출한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야망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재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큰 리그이고, 축구선수라면 큰 리그에서 뛰고 싶은 야망이 있을 것이라며 실력을 기른 후 기회가 된다면 프리미어리그에 다시 도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지난 1월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한 이동국 선수에 대해 “이동국 같이 큰 선수를 내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마음 속 깊이 응원하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축구 유학파 선배로 같은 길을 걸으려는 후배 유학파 선수들에 대해 “축구 유학은 장, 단점이 있다.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하여 해외 유학을 가면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공을 찰 수 있지만, 문화차이, 언어 등의 갈등도 큰 것이 사실이다”며 “개인적인 의견은 아주 어릴 때 즉 10살 이전에 가거나 어느 정도 축구를 배운 나이에 유학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어 이야기했다.


“K리그 적응 가능성, 글쎄”
한편 그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1군 훈련이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참석하지 못한 채 2군 훈련장인 제주에서 머무르고 있다. 2군 훈련 담당자에 따르면 “그는 체력이 국내 선수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점 등이 노출됐다”며 이산의 K리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산은 자신에게 제기된 체력 문제에 대해 당장은 힘들지만 노력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산은 이번 시즌 주전여부와 관련, “2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2007시즌은 어느 정도 적응하는 해라고 본다”며 본인 역시 적응
단계 없이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없음을 인정했다.

한때 축구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축구 유학파 1세대의 길을 걸어왔던 이산.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시작된 프리미어리그 도전기를 잠시 접은 채 그는 고국 땅 K리그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관심 있게 지켜봐주면 좋겠다.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K리그에서의 성공을 다짐했다.


#이산 인터뷰 일문 일답

“개인운동으로 체력보완할 터”

-축구를 하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 웨스트 햄 입단할 때와 브렌드포트 입단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력을 인정받아 당당히 세필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을 때, 세필드 데뷔전에서 후반 20분을 남기고 2골을 몰아넣었을 땐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2006월드컵 경기 때 무엇을 했는가.
▲ 브라질에서 브라질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보았다. 16강 진출하길 기도했는데 아쉬웠지만 한국 팀의 기량이 많이 향상되어 자랑스러웠다.

-체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게임장에서 유럽 선수들보다 뛰는 양이 많은 것 같다. 체력이 같은 K리그 선수들에 비하여 부족하지만, 체력은 자기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 체력 운동을 해서라도 따라 잡도록 노력하겠다.

-영국에서 의사소통 문제로 경기가 힘들지는 않았는가.
▲ 물론 경기에서 의사소통은 중요하다. 그러나 발로 하는 운동이기에 그리 어려운 점은 없었다.

-영국에 있는 동안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과 교류했는가.
▲ 박지성 선수는 만나지 못했고 설기현 형과 이영표 형은 가끔 만났다. 이영표형 집에 가끔 놀러가기도 했고 설기현 형은 너무 멀리 살아서 자주 보지는 못했다.

-영국에 있는 동안 가끔 한국에 왔는가.
▲ 한국에 들어올 기회가 별로 없었다. 9년 동안, 청소년 대표 2번을 포함해서 3번 왔다.

-9년을 영국에서 머물렀는데 영어가 더 편하지 않은가.
▲ 영국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한국 말이 편하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자신의 장점은.
▲ 스피드와 힘이다.

-자신의 단점은.
▲ 체력, 기술 등 너무나 많다. 어서 빨리 보완해야 한다.

-K리그에서 좋아하는 선수는.
▲ 박주영과 이천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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