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축구국가대표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끝내 물러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이 떠난 후 선임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에 이어 지난 2004년 사령탑을 맡았던 본프레레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1년여 남긴 시점에서 지휘봉을 놓았다. 그는 사령탑을 맡은 후 월드컵 예선전을 통과하는 업적을 세우긴 했지만, 만족스런 경기내용을 보이지 못한데다, 최근 동아시아대회 등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팬들의 신뢰를 잃어 결국 중도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러면 차기 국가대표감독은 누가 될까.지난 8월23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자진사임 의사를 밝혀온 본프레레 감독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후임 사령탑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기술위원회는 먼저 후임 감독으로 국내 지도자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거스 히딩크, 움베르투 코엘류, 본프레레에 이어 또 다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술위원들의 의견 수렴과 시장 현황 파악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9월 2일 오전 10시30분 다시 기술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하고 결정을 유보했다. 사실 본 프레레 감독은 한국팀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기술위원회로선 세계 정상급의 지도자 등 납득할 만한 후속 인사를 선임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일정상 감독 자리는 장기간 비워두기 힘든 상황.

오는 10월12일 이란과의 친선경기 일정이 확정되어 있고, 오는 11월에도 두 차례의 평가전을 더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9월 중에는 반드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감독선임 문제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이후 3년 동안 세계적인 명장들을 2명씩이나 내보낸 상황에서 또다른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엘류나 본프레레 감독 모두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명장들의 무덤’이라는 평판도 없지 않아 선뜻 감독제의에 응할 인사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부분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현재 축구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감독 영입대상은 다음과 같다.

한국인 지도자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대표팀을 이끈 김 호 전 수원 삼성 감독, 86년 멕시코 월드컵대표팀을 지휘한 김정남 울산 현대 감독, 98 프랑스 월드컵대표팀의 사령탑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정해성 부천SK 감독이나 현재 팀을 맡고 있지 않은 조광래 전 FC서울 감독을 비롯해 김호곤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박성화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 국내 지도자들은 선수들에 대한 정보나 팀 장악력 면에서 빠른 시일 내에 대표팀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인 지도자

본프레레 감독 영입 당시 후보군에 포함됐던 브뤼노 메추 전 세네갈대표팀 감독, 세뇰 귀네슈 전 터키대표팀 감독, 마이클 매카시 전 아일랜드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전 스페인대표팀 감독, 필리페 트루시에 전 일본대표팀 감독, 루디 펠러 전 독일대표팀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2004년 당시 유력하게 거론됐던 메추나 귀네슈 감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프로팀을 맡고 있다. 또 오트마르 히츠펠트 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 베르티 포그츠 전 독일대표팀 감독 등 독일 지도자들은 2006년 월드컵 개최지 출신이란 이 점 때문에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보비 롭슨과 케빈 키건을 비롯해 올림피크 리옹의 프랑스 리그 4연패를 이끌고 명예 퇴진한 폴 르구앙도 이름이 오간다. 여기에 네덜란드 클럽 페예노르트의 사령탑에 잠시 올랐던 루드 굴리트와 크로아티아를 98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던 블라제비치 감독도 대상이다. 블라제비치 감독은 현재 맡고 있는 팀이 없다. 일각에선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핌 베어벡 전 대표팀 수석코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직접 감독을 지낸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프로구단 소속 외국인 지도자

이안 포터필드 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있다. 포터필드 감독은 부산을 맡은 지 2년 만에 지난해 FA컵 우승에 이어 올 시즌 K리그 전기리그에서도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포터필드 감독은 최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수는 있지만 지금 부산 감독에 매우 만족한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월드컵대표팀을 맡기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속사정

감독선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복잡한 내부 역학구도 때문에 감독선임 문제를 두고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감독과 선수, 축구협회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인터넷 등에서는 차범근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많지만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차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현지에서 해임되는 불행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가 독일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해 나름대로 독일축구에 일가견은 있지만 현 축구협회 집행부 등과의 관계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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