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및 관련 인물들의 연이은 소환조사로 황우석 교수 사건에 대한 검찰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황교수가 언론 및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전문 ‘브로커’를 능가하는 접대행각을 벌여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MBC 뉴스데스크는 황우석 교수가 경기도에 소재한 대형농장에 정·관계 인사와 기자들을 수시로 불러 성대한 고기파티를 열며 접대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노성일-황우석-연구원들간의 숨막히는 ‘진실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자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황교수의 행각이 알려짐에 따라 다시금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8일. 황교수가 성대한 고기파티를 열곤 했다는 경기도 광주의 농장을 찾았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맑은 공기와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광주시 퇴촌면 일대. 황교수의 퇴촌농장은 복제소 ‘영롱이’의 탄생으로 유명세를 탔던 바로 그곳이다. 산등성이에 걸쳐있는 농장은 퇴촌면 산84-1,산84-3부터 6, 84-7번지 일대로 총 6만 6,000평 규모에 이른다. “정말 대단했어요. 어찌나 많이들 찾아오는지… 서울에서 온 차들로 이 일대가 꽉 찼던 적도 있었죠.” 6대째 퇴촌에서 살고 있다는 한 주민 K씨의 말이다. K씨에 의하면 얼마전까지만해도 이 농장은 수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황우석 교수의 농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조용한 시골마을은 외부인들의 방문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한다. “황교수가 올때마다 난리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수십명이 대이동을 하는데, 무슨 국회의원이 방문한 것보다 더 했다니까요.” 여기 저기서 찾아온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린 일부 주민들은 나중에는 ‘진저리’를 치기도 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황교수가 몇 번이나 오느냐’, ‘영롱이가 이곳에 있는 게 맞냐’, ‘유명인사들은 누가 왔느냐’, ‘주민들을 대하는 황교수의 태도는 어땠느냐’등등 온갖 것들을 꼬치꼬치 물어보더라구요. 사생활이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들까지… 피곤해서 못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니까요.”

“이렇게 조용한적 처음”

황교수의 농장은 주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던 터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농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제법 경사가 져있었으나,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올록볼록한 콘크리트가 깔려있어 눈길이었음에도 보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주변 곳곳에는 가축 막사가 보였고, 식용견으로 보이는 커다란 개들 여러마리가 묶여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서울대 연구소’라고 쓰여있는 입구간판을 지나 농장으로 올라가는 동안 사람은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10여분을 걸어서 농장 앞에 도착했을 때 정문은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채 굳게 잠겨 있었다.

농장 입구 막사안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때때로 인기척도 느껴졌지만 사람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요즘처럼 조용한 적이 없었어요. 일이 터지고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안와요. 민감하니까… 안에 사람이 있는건 분명한데 기자들하고 부딪힐까봐 일부러 잘 안나오는 것 같아요.”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인해 새하얀 눈에 뒤덮인 농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넓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곳에는 영롱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농장에서 소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막사 앞에는 갓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흑염소 새끼들만 한가로이 뛰놀고 있었다.

행사 때 수십명씩 이동

최근 퇴촌농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황교수가 베풀었다는 고기파티 향연 때문이다. 황 교수가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들에게 명절선물을 보내거나 향응을 제공하는 등 인맥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몇몇 언론보도 및 주변인들의 증언에 의해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황교수팀에 소속돼있던 전연구원들은 황교수가 가까운 인사들에게 ‘소갈비세트’를 제공하는가하면, 농장으로 초청해 고기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른바 ‘황우석패밀리’로 불리는 사람들은 정관계 인사들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과학전문 기자 등 총 30~4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교수는 일년에 몇회씩 패밀리들을 퇴촌 농장에 초청해 청정 쇠고기가 주를 이룬 식사를 제공했는데, 이는 ‘행사’라는 명목으로 패밀리들끼리 끈끈한 친분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연일 빅뉴스거리를 몰고다니며 대한민국 최고의 영웅으로 부상한 황교수가 손수 마련한 행사에 패밀리들이 기꺼이 참석했으리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소 두 세 마리씩 잡아 접대

실제로 상당수의 주민들이 황교수의 고기파티에 대해 들어봤거나 알고 있는 상태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마을이 떠들썩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고 전했다. “유명인사들이 오면 황교수가 소를 두 세 마리씩 잡아서 접대했어요. 기자들한테도 더없이 잘했다고 들었어요. ‘고기파티’에 참석한 정·재계 인사 및 유명인들만도 한둘이 아니라고 합디다. 공무원도 오고… 장관도 왔다갔다고 들었고… 푸짐하게 먹이고나서 남은 고기는 일일이 포장해서 차 트렁크에 실어주기도 하고…” “바리바리 싸들고 농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많이 봤죠. 황교수와 기자들은 막역하게 어울리는 것 같았고요.” 황교수가 기자들에게 연구과정 및 성과를 설명하는 ‘과외지도’까지 개별적으로 해주며, 성의있는 자세로 언론을 대해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황교수는 친분이 있는 특정기자에게 자신의 스케줄이나 경과 등에 대해 알려주거나, 외국행사에 참석할 때 ‘특별’ 동행취재를 허락했던 것으로 드러나, 언론계 황우석패밀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일부 주민들은 황교수와 여러 인사들과의 친분관계에 대해 거론하며 “사람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고 귀띔했다. 황교수가 시의적절하게 향응을 베풀고 선물을 제공함으로써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방패막이로 삼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능수능란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마을주민 역시

“공기좋고 경관좋은 곳에서 직접 기른 최상급 소를 잡아 파티를 여는데,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또 당시 황교수가 보통 인물이었나요. 국민영웅이었죠. 초청된 사람들은 황교수의 싹싹함과 친절함에 대해 침이 마르게 칭찬하곤 했어요”라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황교수의 고기파티는 이미 수년 전부터 행해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논문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주민들은 아무도 황교수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일일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 연구를 격려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키운 소를 잡아 성의껏 대접하는줄 알았죠. 오히려 다들 감동했어요.”

농장은 황교수 개인 소유

“시골에서는 귀한 손님에게는 소를 잡아 대접하잖습니까. 황교수는 소를 연구하는 분이니까 당연히 그럴만하다 싶었죠.”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변했다. 사상 유례없는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황교수가 연구명목의 농장에 최측근 인사들을 초청, 수시로 ‘고기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에 주민들의 애정은 이미 식은 분위기였다. 한 주민은 “이 농장이 서울대 소유인줄 알았더니, 황교수 개인 소유라면서요”라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외지인들이 하도 많이 드나드니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내심 자랑스러웠어요. 농장에서 열심히 연구만 하는 줄 알았지, 인맥구축을 위해 접대를 해왔을줄 누가 알았겠어요”라며 적잖이 실망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황교수가 패밀리들과 벌였다는 고기파티의 ‘진짜’ 목적과 의도에 대해서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향응 및 접대비용이 연구비에서 나왔다는 정황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드러난 황교수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혹으로 가득차 있다. 그동안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대표되는 살인적인 스케줄과 100만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연구원들의 박봉은 황교수팀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박봉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구에 전념해 왔다는 연구원들의 생활과 황교수패밀리들의 고기파티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뭔가 석연치 않은 냄새를 풍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연구만 하는 분인줄 알았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챙기는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제자들과 연구원들이 거드는 것 같던데…”“주말도 휴일도 없이 연구에만 매진했다더니 유명인사들과 고기파티할 시간은 있었나 봅니다. 연구원들까지 동원해 행사 뒷바라지를 시키고…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연구원들 및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황교수가 특정 인사들을 상대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이용, 이미지를 구축해왔다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수가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나아가 언론마저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이용한 고기파티.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황교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패밀리’들을 상대로 한 황교수의 고기파티가 접대 및 로비차원이었다는 것, 그것의 출처가 연구비라는 것, 또 대국민 기만행위가 정·관·언의 유착으로 가능했다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황교수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남기는 동시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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