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그레한 볼에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발랐다. 깔끔한 정장에 한껏 멋을 낸 모습. 매트 위를 호령하는 그도 이렇게 보니 꽃다운 20대 처녀였다.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24·사진). 7일 아테네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 참석한 그는 섭씨 35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화사하게 몸치장을 하고 나왔다. 자신에게 몰린 1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을 미리 의식이라도 했을까.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16세의 어린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평양시 인민회의 대의원에 뽑힌 화려한 경력은 역시 입장 순서에서도 다른 선수와 달리 충분히 예우를 받을 만했다.계순희는 유도 선수에게 모험으로 불리는 체급 상향 조정을 이미 두 차례나 했다.

애틀랜타올림픽 때 48kg급에서 당시 무적으로 불리던 다무라 료코(일본)를 꺾고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01년 세계선수권에선 52kg급으로 바꿔 우승한 뒤 다시 57kg급으로 한 체급을 더 올렸다. 유도에서 몸이 불어난다고 체급을 올리면 힘이 달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고난 장사인 계순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우승컵을 안으며 이런 징크스를 깨뜨렸다. 아테네올림픽 57kg급에서도 국제유도연맹까지 인정한 금메달 후보. 그 꿈을 이룬다면 3체급에 걸쳐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우승을 잇달아 휩쓰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있는 힘껏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 결과를 지켜봐 주십시오.” 계순희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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