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프로야구 시작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다. 악몽 같은 부상을 훌훌 털고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스타들이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후반기 페넌트레이스 판도가 한차례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후반기 출정을 위해 칼을 가는 그들의 최근 근황을 살펴보았다.

김진우 ‘후반기는 나의 것’

기아는 우완 에이스 김진우와 베테랑 최상덕의 가세가 천군만마처럼 든든하기만 하다. 오른 무릎 부상에서 회복, 지난 18일 1군에 컴백한 김진우는 불펜 피칭에서 80개를 던지며 컨디션을 최종 점검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6~47㎞를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를 끌어올린 김진우는 빠르면 20~21일 잠실 LG전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할 예정이다. 이날 등판에서 만족할 만한 투구 내용을 보이면 이달 말쯤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된다.

‘척추인대 비대증’을 앓아온 최상덕과 오른 팔꿈치 부상을 당했던 릴리프 투수 임준혁도 다음달께 마운드에 복귀한다. 후반기 대반격을 노리는 5위 SK는 영건 채병룡과 셋업맨 정대현의 복귀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기만 하다. 오른 팔꿈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채병룡은 20~21일 두산전에 첫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조범현 SK 감독은 당분간 채병룡을 중간 계투요원으로 기용, 허리를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4년 연속 꼴찌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롯데도 베테랑 왼손 투수 주형광과 루키 김수화가 부상에서 돌아온다. 지난 해 팀의 유일한 3할 타자였던 조성환과 재간둥이 신명철도 8월께 팀에 복귀, 공수에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조용준, 다승왕·구원왕 동시석권 노린다

현재 시즌 21세이브로 임창용(삼성)과 1세이브차로 세이브부문 2위에 올라있는 조용준이 다승부문에서도 공동 4위 자리를 차지하자 야구계 일각에서는 또다시 한 선수가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조용준의 다승왕과 구원왕 동시석권은 현대 김재박 감독이 정상적인 투수진 운영을 하는 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불펜의 핵인 마무리투수를 예전처럼 5회나 6회에 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또한 올 시즌부터 구원왕은 구원승과 세이브를 합한 세이브포인트가 아닌 세이브 숫자로만 평가해 한 선수가 구원왕과 다승왕을 차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한 예로 구대성과 신윤호가 구원왕과 다승왕에 동시에 올랐을 때도 세이브 기록으로만 구원왕을 선정했다면 최고 구원투수 자리는 다른 선수의 몫이었다.지금까지 구원왕과 다승왕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는 모두 3명. 송진우(1992년), 구대성(1996년), 신윤호(2001년) 뿐이다. 이들은 대부분 조용준과 같이 1~2이닝을 소화하는 정통 마무리투수라기 보다는 때로는 선발과 롱 릴리프 역할까지 수행할 정도로 투구이닝이 많았다.기록을 달성했던 시즌에 송진우는 1백91과 1/3이닝, 구대성은 1백39이닝, 신윤호는 1백44와 1/3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이들 투수의 구원왕과 다승왕 동시석권은 다소 변칙적인 투수운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박진만 ‘한국판 데릭 지터’

현대 박진만(28)과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30)는 뛰는 무대는 다르지만 흡사한 면이 많다.우선 둘은 최고의 유격수로 공인받고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력도 비슷하다. 박진만은 인천고 시절부터 최고 유격수의 자질을 보이면서 대학과 프로구단의 스카우트전 끝에 창단팀인 현대에 입단했다. 지터 역시 뉴저지의 칼라마주 고교 시절 화려한 성적을 쌓은 뒤 최고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선수의 가치는 단순히 개인성적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이들은 또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양키스는 81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후 82~95년까지 14년간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 시기는 ‘양키스 왕조’ 역사에서 암흑기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지터가 신인왕을 차지한 96년부터 왕조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9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뒤 98~2000년 3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현대도 박진만의 입단과 함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현대의 전신인 삼미·청보·태평양은 14년간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지 못했다. 그러나 태평양을 인수해 96년부터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든 현대는 박진만의 입단과 함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룬 뒤 98·2000·2003년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최강 팀이 됐다.묘하게도 박진만과 지터는 나란히 신인 시절이던 96년 새로 부임한 감독의 총애를 받은 뒤 감독과 함께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슈퍼스타 출신으로 96년 부임한 조 토리 감독과 김재박 감독은 이들을 단숨에 팀의 주전 유격수로 발탁했다.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했던 두 감독은 ‘감독은 파리목숨’이라는 프로 세계에서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다.이들은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눈매가 강렬한 지터가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리고 있다면 눈매가 서글서글한 박진만은 별다른 스캔들 없이 야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박진만은 13일 수원 SK전에서 5타수 4안타와 7회 결정적인 호수비로 맹활약했다. 김재박 감독은 팀이 1위를 재탈환한 이날 경기 후 “박진만이 최고 수훈선수”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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