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네덜란드 출신의 조 본프레레(58) 감독이 선임됐다. 지난 18일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7일 신임 국가대표팀을 이끌 감독으로 네덜란드출신 요하네스 프란시스쿠스 본프레레감독(58)과 가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본프레레 감독은 23일 입국과 동시에 대표팀을 맡게 됐다. 본프레레 감독은 나이지리아대표팀을 맡아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우승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의 임기는 오는 21일부터 독일월드컵이 끝나는 오는 2006년 7월20일까지 25개월 간이며 독일월드컵 일정이 연기될 경우 월드컵 종료 시점까지 계약이 연장된다. 본프레레 감독의 연봉과 옵션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로써 지난 4월19일 움베르투 코엘류 전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한 이후 60일 만에 바통을 이어받아 태극호의 선장이 됐다. 우선 아시안컵 본선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경험 많은 감독이 절실했던 축구협회로서는 짧은 기간에 좋은 성적을 거둔 적 있는 본프레레 감독이 적임자였다.본프레레는 선임대상자로 부상됐던 다른 감독들이 자국에서만 지도자로 활약한데 비해 아프리카, 중동등 어려운 환경에서 지도자로 일하면서 좋은 성적을 냈고 특히 한국과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에서 격돌할 중동팀에 대해서 정통하다는 것이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아시안컵 본선(7.17~8.7, 중국)에 대비해 오는 27일부터 대표 팀을 소집해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본프레레가 이번 국가대표감독에 선임된 데는 몇 가지 강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모국어인 네덜란드어 외에도 독일어, 불어, 영어, 아랍어가 능통해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도 축구협회 측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또 무엇보다 한국팀을 맡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본인은 언제라도 부임해 아시안컵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축구협회는 “당초 후보로 압축됐던 4명 중 브뤼노 메추를 제외한 3명과 한국대표 감독에 관심을 보인 다른 유럽지역 감독을 놓고 기술위원회의 위임을 받은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허정무 부위원장이 1차 검토를 한 결과 아시안컵 이전에 부임이 가능한 감독 중 본프레레를 최종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허 부위원장은 지난 12~14일 유럽 체류 기간 중 본프레레 감독을 직접 면담하고 최종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회에 계약 협상을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팀을 맡겠다는 뜻이 강하고 언제든지 부임이 가능해 아시안 컵 준비가 촉박한 우리 대표팀의 실정에 부합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올림픽대표 선수를 지낸 본프레레 감독은 90년 나이지리아대표팀 수석 코치를 맡아 90년 아프리카컵 준우승과 94년 미국월드컵 8강을 이끌었고, 95년 나이지리아 대표팀 감독이 된 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냈다. 본프레레 감독은 96년 카타르대표팀을 맡아 걸프컵 준우승을 한 뒤 99년과 2000년 다시 나이지리아 대표팀을 맡았다가 2001~2003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와다 감독과 이집트 클럽 알 아리 감독을 지내는 등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이와 함께 2006독일월드컵까지 한국축구를 이끌게 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태극호’에 과연 어떤 색깔의 옷을 입힐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팀을 맡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낸 점에 비춰 강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지녔고 기본 전술로 포백(4 back) 시스템을 운용하며 때로는 독선적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고집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벨기에 뮬링겐에 머물고 있는 그는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임 히딩크 감독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기대가 크다”며 태극전사들에게 자신이 가진 축구의 모든 것을 불어넣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또 “한국 선수들은 정신력이 강하고 감독 지시에 잘 따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히딩크호의 파워 프로그램과 같은 고강도 트레이닝을 통해 대대적인 팀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그러나 “구체적인 전술 등은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어떤 것이 적합한지 연구하겠다”고 밝혀 자신의 축구 철학과 한국적 상황을 결합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겨뒀다. 과거의 평가에 비춰 본프레레 감독이 남다른 카리스마와 강한 의지를 가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본프레레 감독은 나이지리아 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2002한일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조 3위로 떨어져 예선 탈락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운명은 우리 손에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주변의 비난을 일축했다. 올림픽 본선을 분석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보고서는 ‘본프레레 축구’를 선수들에게 강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끈기의 축구’로 묘사했다. 지난 98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을 조련할 때 본프레레 감독은 체력 훈련도 선수들을 두 패로 나눠 경쟁심을 유도하고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결코 같은 방식의 훈련을 반복하지 않았다는 중동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남아있다. 때문에 실제 훈련 과정은 ‘강인하면서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