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북정상회담시 월드컵 남북공동개최 제안

지난해 남북 축구대표 선수들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경기종료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전국민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의 영광을 기대하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002 대선과 맞물린 월드컵 열기는 혈혈단신이던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단일화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월드컵 열기가 재차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불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 대표는 재차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 단독으로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 및 집권 여당 주변에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북이 선전하고 하반기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2022년 남북공동개최를 통해 개최국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다’

2002년 대선이 있던 시절 대한민국이 한일 월드컵에 4강에 올랐을 때 나온 말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회장이자 2002 월드컵 한국조직위 위원장이던 그는 월드컵 열기로 유력한 대선후보군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 축구팀을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이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면 당선될 것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왔다. 실제로 최근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선전하자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르기도 했다.

이를 잘 아는 이명박 정부는 2002년 공동개최국에서 20년이 지난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올인하고 있다. 2009년 11월에는 국무총리 훈령을 발동, 한시적으로 2022년 월드컵 유치지원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청와대 문화담당 수석을 비롯, 국정원, 총리실 등을 포함한 14개 정부부처와 대한축구협회 인사까지 매머드급으로 구성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1월말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 포럼 참석전에 국제축구연맹(FIFA)사무국을 방문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을 면담하고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 희망을 강력히 피력했다. 또한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블라터 FIFA 회장이 초청한 저녁 만찬에 참석해 유치 희망을 재차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중순에는 방한한 모아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2022년 월드컵의 한국 유치를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 부처 14개 유치지원위 활동 ‘올인’

하지만 20년만에 월드컵 유치를 단독으로 신청했지만 기존 신청국의 최종 향배에 따라 유치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오는 5월 14일까지 FIFA에 공식 유치 신청서를 내야 윤곽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번 유치경쟁에서 영국, 러시아,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 호주, 미국, 일본 등 7개 후보(9개 국가)가 2018년, 2022년 두 대회 모두 유치 신청을 한 상황이고 한국, 카타르, 인도네시아는 2022년 대회에만 유치신청을 낸 상태다.

특히 올해 말 2018년, 2022년 두 개최국이 동시에 선정되고 FIFA 회원국들의 투표가 아닌 집행위원들의 비밀투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홍보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집행위원들의 접촉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고 2014년 월드컵은 남미 대륙에서 개최돼 대륙 순환 원칙에 따라 2018년은 유럽 대륙에서 개최될 공산이 높아 2022년을 놓고 호주, 미국, 일본 등과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및 집권 여당에서는 홍보가 한정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행사를 유치하기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최초로 남북이 본선에 올랐다는 점을 착안해 2010년 하반기 남북정상회담 개최시 2022년 월드컵 유치에서 남북공동개최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개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상회담 개최전 실무자들이 협상과정에서 남북공동개최에 합의할 경우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이 평화 무드를 일으킬 수 있고 2022년 월드컵 유치에서도 경쟁국가에 비해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또한 ‘어게인 2002년 월드컵’을 바라는 국민들 역시 월드컵 유치는 열광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정몽준 대표에게는 유치만 성공한다면 이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으로 최대의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진 한나라당 구조상 입지를 넓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에 유력한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는 ‘세종시’문제로 대결중이고 친이계와는 소원한 상황이다.


MB, ‘국제적 위상 강화’, MJ, ‘제2의 대망론’

이 과정에서 월드컵 유치로 인해 정 대표는 ‘제 2의 대망론’을 실현시킬 수 있는 단초로 활용할 공산이 높다. 이 대통령 역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평가를 받는 동시에 공동개최국이 될 경우 남북평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인사 모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0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선거 국면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숨기질 않고 있다.

이 대통령 또한 최근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있어 남북정상회담 공동개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미셀 플라타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월드컵과 같은 평화의 세계축제가 열리면 전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가 있고 남북간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다”고 밝혔다.

FIFA에서는 오는 12월 2일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리는 24명의 집행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2018년, 2022년의 개최국가를 동시에 결정한다. 월드컵 유치원회는 국내 개최를 신청한 14개 도시에 대한 실사를 거쳐 개최 도시를 확정하고 나서 5월 14일까지 FIFA에 정부 보증서를 첨부한 공식 유치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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