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터키국가대표 수비수 알파이 외잘란(31)이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식을 가졌다. 그는 지난 2002한·일 월드컵 때 한국과 터키 전에서 중앙수비를 책임졌던 선수였다. 월드컵 출신 외국 용병이 K리그에서 뛰기는 이번이 처음. 이밖에 여러 면에서도 외잘란의 인천행은 국내 스포츠계의 화제다.우선 외잘란은 1973년 5월 29일생으로 190㎝ 84kg의 장신을 자랑한다. 지난 2000년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톤빌라에 이적료 1,050만 유로(약 155억원), 연봉 250만 달러(약 29억원)라는 터키 축구 사상 최고액으로 이적, 아스톤빌라에서 2년 반을 뛰었다.96, 2000유럽선수권대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외잘란은 좋은 체격조건과 공중장악력, 넓은 시야, 화려한 개인기, 파워풀한 플레이, 지능적인 수비력이 돋보이는 전형적 중앙수비수다.

2002한·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이런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는데, 마케도니아 전에서 3골을 터트리고 해트트릭까지 기록해 리베로의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이후 로이터통신은 외잘란(터키)을 홍명보와 함께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선정된 최고 수비수에는 카푸(브라질), 리오 퍼디낸드(잉글랜드)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거물급 프리미어리그 선수 외잘란이 한국으로 오게 된 배경도 흥미를 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아스톤빌라에서 주전으로 뛰었지만, 구단이 그를 방출해 분데스리가 쪽에서 손짓을 했다. 따라서 K리그로 오기 전에는 분데스리가나 자국 터키리그로 돌아가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 그런 그가 한국으로 온 이유는 무엇일까.그 동안 그가 아스톤 빌라 팀에서 나온 것에 대해 영국 메스컴과 국내서는 팀에서 일방적으로 방출당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유는 다름아닌 베컴과 생긴 욕설 시비 사건 때문이었다. 외잘란이 욕설을 퍼부으며 비난한 상대는 잉글랜드의 간판 베컴이다. 이 경기가 있은 후 베컴을 욕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잘란의 방출은 예견되었다. 프로축구 선수의 몸값은 크게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되는데 하나는 실력이고 또 하나는 팬들의 인기도다. 베컴의 경우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이지만, 매력적인 마스크와 카리스마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 최고의 선수들만 고집하던 레알이 베컴을 택한 것은 실력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정설이다.따라서 잉글랜드 리그에 뛰면서 잉글랜드 축구팬들 대다수가 보는 앞에서 적대감을 느끼게 한 외잘란의 행동은 벌집을 건드린 격이 되고 말았다.타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용병의 기본 자세를 잃은 그의 행동은 곧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방출되고 말았다.

외잘란은 베컴과의 충돌 이후 남은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방출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1월 28일 입단식에서 이에 대해 외잘란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스톤 빌라를 떠난 것은 팀과 내가 합의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세간의 퇴출설을 부인했다. 그는 또 “당시 영국 언론들은 베컴의 편에서만 기사를 쓰고 내 말은 아예 듣지도 않았다”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언짢은 감정을 표시했다. 또한 알파이 외잘란은 한국으로 오게 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2002월드컵 당시 한국 국민들의 성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터키를 동족처럼 대하는 것이 한국에서 뛰게된 가장 큰 계기”라고 밝혔다.한편 인천은 알파이 외잘란의 영입으로 성남에서 이적한 김현수와 함께 철벽 수비망을 구축하게 됐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무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 명문팀의 감독도 영입했다. 로란트 감독은 거스 히딩크와 더불어 세계 명장 감독 중 한명이다. 분데스리가에서 차범근 수원감독과 같이 뛴 경험이 있는 그는 1990년대 초반에 독일 3부 리그 1860뮌헨을 맡아서 2년 만에 1부 리그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는 1860뮌헨에서 약 10여년간 감독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인천의 이런 움직임에 다른 팀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올해 투입되는 대형 수비수에 외잘란이 있다면 수원에는 거물 용병 공격수 마르셀(23)이 있다. 브라질 올림픽대표팀의 일원인 마르셀은 남미올림픽 예선 8경기에 출전해 3골(팀내 최다)을 기록한 ‘삼바 스트라이커’로 1월 26일(한국시간) 열린 파라과이전에도 선발 출장했다. 차범근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영입한 또 다른 거물 용병 나드손과 함께 마르셀을 최전방에 포진, K리그에서 화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인천과 수원은 창과 방패로 비유된다.

올 K리그에서 창과 방패의 한판승이기다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거물 용병으로 무장하는 팀이 또 있다. 부산은 인천의 프리미어리거 외잘란 영입보다 3일 앞선 지난 1월 25일 프리미어리그의 백전노장 크리스 마스덴(35) 영입을 발표했다. 마스덴은 잉글랜드 사우샘프턴의 주전 미드필더로 98∼99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사우샘프턴의 왼쪽 측면을 책임졌다. 크리스 마스덴은 외잘란의 경우처럼 팀내 마찰로 팀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사우샘프턴의 고든 스트래천 감독은 최근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주 동안 마스덴을 잔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며 이적을 아쉬워할 만큼 팀내 비중이 큰 선수로 알려져 있다. 알파이, 마르셀, 마스덴 등 거물급 용병들이 K리그에 대거 포진함으로써 이제 K리그도 세계적 리그로 급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세계적 스타들의 활약으로 한국 선수들의 기량에도 많은 발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