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DJP +DJS(YS) 대권 시나리오 유보

지난 3월25일 미래희망연대 이규택 대표와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가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중심연합 창당대회에서 두손을 들어 당원에게 인사하고 있다.(위)지난 3월19일 미래희망연대 중앙당사에서 당원들이 합당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구 친박연대인 미래희망연대가 갈라설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과 무조건 합당을 주장하는 서청원계와 이에 반대하는 이규택계가 대치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심대평 신당과 합당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맞불카드를 꺼냈다. 두 진영의 갈등에는 외부적으로 ‘대표 사면’과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박근혜’라는 키워드가 작용하고 있다. 박 전 대표에 섭섭한 서 대표와 박 전 대표를 지키려는 세력간 갈등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침묵 정치’, ‘지방선거와 거리두기’를 하는 박 전 대표로 인해 친박 진영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서청원 미래희망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3월 24일 한나라당과 무조건 합당을 주장했다. 서 대표는 옥중서신을 통해 “한나라당과 합당문제를 모두 한나라당에 맡기고 지방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규택 공동 대표는 “한나라당과 합당은 당 공식입장이 아닌 한 사람의 얘기일 뿐”이라며 “6월 지방선거에 참여해야 하며 명분없는 합당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서청원 vs 이규택 친박 분열 …미소짓는 친이

서 전 대표의 발언이 나가자 노철래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세현 사무총장은 심대평 신당과의 합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 ‘당 최고위원회에 언급도 안됐다’,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서 대표를 거들었다. 반면 석종현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사람’으로 알려진 전지명 대변인은 “최고위원 회의에서 4·2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과 합당문제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서 대표의 편을 들었다. 희망연대가 서청원계와 반서청원계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대표를 비롯한 반서청원계 진영에서는 “실형을 받아 옥중에서 공동대표 행사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당을 이용할려고 한다”며 ‘사심 정치’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실 서 대표의 정치적 처지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공동대표직을 던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공당의 대표가 옥중에 있다는 것 자체가 지방선거를 뛰는 희망연대 후보자들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서 대표는 대표직을 잃기전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사면’을 보장받던지 아니면 최소한 ‘형집행 정지’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하지만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자 서 대표가 스스로 ‘한나라당과 무조건 합당’이라는 백기투항을 통해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평소 ‘희망연대’와 합당을 주장한 한나라당으로선 화장실에서 웃음짓고 있다. 친박연대가 분당하면 하는 대로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이 적어지고 최소한 서 대표 주장대로 합당이 이뤄진다면 지방선거에서 ‘앓던 이가 빠지는 격’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한나라당 공천과정에 탈락한 인사들이 희망연대로 옷을 갈아입고 출마할 경우 표 분산으로 인해 야권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규택 공동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일부 입장은 다르다. 반서청원 진영의 한 인사는 “우리의 입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친이 진영에서 4월 세종시 수정안 처리나 6월 지방선거 전후에 박 전 대표가 당론과 반하는 액션을 취할 때마다 탈당 주장을 할 수 있어 외부에 박 전 대표를 위한 정치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합당은 곧 정치적 외부 공간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불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한편 이규택 진영에서는 항간에 알려진 전국적으로 16개시도당 광역단체장을 다 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친이규택계인 이 인사는 “이 대표의 경우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나오지만 부인이 병중에 있고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힘들다”며 “엄호성 전 의원 역시 경남지사 출마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전했다. 엄 전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선언을 했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광역단체장 선거보다는 기초단체장 선거에 매진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DJP 복원에 DJ+YS 영호남 통합후보 추진

나아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을 위해 이 대표는 심대평 신당과 합당을 언급하면서 외연확대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냈다. 심대평 의원은 공식적으로 창당을 하기 전 단계로 3월 25일 ‘국민중심연합’(가칭)을 발족시켰다. 4월 중으로 희망연대와 심대평 국중련이 합당을 통해 지방선거를 치루겠다는 복안이었다.

이후에는 지난 3월 15일 창당선언을 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의 합당설마저 흘렸다. ‘평화민주당(가칭)’으로 당명을 정한 한 전 대표는 평소 ‘영호남 화합’을 기치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DJ를 연상시키는 ‘평화민주당’과 포스트 자민련을 겨냥한 ‘심대평 신당’으로 인해 DJP 복원이라는 명분과 더불어 호남과 영남의 화합이라는 차원에서 희망연대를 포함해 새로운 신당을 만들겠다는 그랜드 플랜을 짜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3당 연대를 엮는 물밑작업은 자유선진당의 중진인 A 의원이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한 전 대표뿐만아니라 심대평 의원, 이규택 대표까지 다 친한 A 의원은 정치권에서 마당발로 알려진 인사다. 한때 A 의원은 민주당·열린우리당 출신으로서 자유선진당과 민주당 가교역할에 적임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평민당과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내면서 한 전 대표와는 막역한 사이로 희망연대와 국중련과 합당에 가교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현실적으로 386과 정세균 대표가 주류로 있는 민주당은 이회창 대표가 건재한 자유선진당과 합당이나 연대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문과 관련해 A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혀 그런일 없다”며 “한화갑 전 대표나 이규택 대표와는 최근 만난 적이 없으며 심대평 의원과는 점심은 먹곤 하지만 3당을 엮는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이 의원은 “심대평 신당과 희망연대가 힘을 합쳐도 충청도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충청도 민심은 자유선진당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 진영이 당 안팎으로 자중지란을 하는 모습이다. ‘정중동 정치’를 하는 박 전 대표로 인해 구심점을 잃은 친박 인사들이 개인적인 야망을 드러내고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등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심대평 신당과 합당선언에서 한발 물러선만큼 ‘박근혜 대선 시나리오’ 역시 한 축이 무산된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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