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로 기대를 모았던 정조국.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4강의 꿈은 무너지고….’20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렸던 2003 세계청소년(20세이하)축구대회 한국청소년 대표팀이 아쉬움을 안고 쓸쓸히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영원한 숙적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에 만족하고 만 것. 이번 대회를 통해 보여준 청소년 대표팀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20년 전 ‘멕시코 4강 신화’의 재현에 도전했던 청소년대표팀은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채 돌아왔다.대회성적 1승3패. 한국은 1991년 남북단일팀이 출전했던 포르투갈 대회(8강) 이후 처음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아쉬움은 많았다.

골 결정력 부재는 한국축구의 고질병?

이번 대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문제점은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병폐인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었다는 점이다. 4경기에서 3골밖에 뽑아내지 못한 것은 ‘빈약한 공격력’을 드러내 보인 대목이다. 한국은 4경기에서 28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그 중 골문을 향한 유효슈팅은 단 6개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 참가국 24개 팀 중 23위에 머무를 정도로 빈약했다. 46개의 슈팅중 24개 유효슈팅을 기록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4골, 10일 현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정조국-김동현 ‘투톱’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김동현, 정조국, 최성국 카드를 꺼내들며 이들이 4강 꿈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나온 골은 최성국이 일본 전에서 뽑은 선제골이 전부였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U-19)선수권대회에서 MVP로 선정된 김동현은 파워를 앞세운 몸싸움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제대로 된 슛 한 번 선보이지 못했다. 정조국 역시 이렇다 할 찬스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이에 반해 한국을 이기고 8강에 진출한 일본은 한국전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사카다가 자신에게 온 두 차례의 기회를 모두 골로 결정지어 승리했다.

공격전술은 없고 수비전술만 있었다?

박성화 감독은 대회전부터 안정적인 수비에 바탕을 둔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유럽과 남미의 강호에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이 전략은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는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템포의 기습으로 독일을 무너뜨린 것. 그러나 나머지 경기에서 허점을 노출하며 잇따라 실패했다. 파라과이전과 미국 전에서 보여준 한국 수비전술은 허점이 너무 많았다. 미드필더와 수비진들 사이의 간격이 넓어 상대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쉽게 허용한 것. 또 2선을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들을 묶는데도 문제점을 보였다.

수비위주의 전략은 공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동현과 정조국이 상대 골문까지 침투해도 2선에서 볼을 받아줄 선수들이 없어 머뭇거리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결국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치중하느라 공격 2선을 받쳐주지 못해 공격 전환에서 부정확한 롱패스에 의존한 것. 이에 대해 한 축구 전문가는 “객관적인 전력이 앞서는 상대들과 맞서는 현실적인 전략은 맞지만, 수비를 탄탄히 하는데 중점을 두어 결국 공격력의 감퇴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경기후반 수비수들의 집중력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본 전에서 경기막판 내 준 동점골은 수비라인이 너무 쉽게 무너지면서 내주었던 골이었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위해 투자해야

역대 최고의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던 청소년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지적해 주었다. 먼저 선수 개개인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현대축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특히 한 번의 롱패스로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연결시키는 전술은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 한국과 상대했던 대부분의 팀들이 한 템포 빠른 패스를 통해 미드필드부터 압박을 통해 한국 진영을 누볐던 점은 한번 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축구의 체질개선을 위해선 결국 유소년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월드컵 붐과 함께 국내에도 적잖은 유스팀이 창단되고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높아졌지만 유럽, 남미와 같은 체계적인 클럽 시스템하에서 어린 선수들의 기량 수준을 총체적으로 끌어올리는 시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각광받고 있는 안드레 이니에스타(19·스페인), 페르난도 카베나기(18·아르헨티나) 등은 유소년 클럽에서 제공하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축구의 미래인 유소년 선수들이 ‘진학을 위한 이기는 축구’의 한계에서 벗어나 기초부터 착실히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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