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리그에서 한국 야구 수준을 무시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최고타자로 불리는 이승엽마저 메이저리그에서 저평가를 받는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30세가 되려면 한참 남은 이승엽은 한 시즌 56개의 홈런을 뿜어냈고, 통산 홈런이 300개가 넘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100만 달러가 되느니 안 되느니 하는 말들이 많다. 더구나, 마이너리그 생활을 1년은 해야 된다느니 하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런 얘기가 이승엽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팀들을 방문하고 난 뒤 나온 말이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승엽에 대한 빅 리그 팀들의 태도다. 정중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모든 얘기는 결국 ‘이승엽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노모, 이치로, 마쓰이로 대표되는 일본 야구는 “일본에서 최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하지만 이상훈의 실패로 대변되는 한국야구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찬호를 비롯한 빅리그의 한국 출신 선수들은 메이저리그가 키워낸 선수들이지, 한국 야구가 키워낸 선수들이 아니란 얘기다. 맞는 얘기다.자존심이 상하지만, 필자는 최소한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이승엽이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고 본다. 자신이 얘기했던 것처럼 마이너리그라도 마다하지 말고 일단 도전을 해야 한다.

지금의 이승엽이 성공할 수 없다면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가 빅 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영원히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을 두고 불세출이라고 한다. 불세출이라면 다시는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아닌가? 한국 프로야구가 다시는 배출하기 힘들 정도의 대스타가 빅 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니 진출조차 못한다면, 한국 프로야구 출신 빅 리거의 탄생은 영원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승엽은 메이저리거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빅 리거가 되는 것뿐만이 아니고, 꼭 성공을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프로야구가 지금처럼 무시당하지 않는다. 올스타에도 뽑히고, 개인 타이틀도 따내고 해야 한다. 지금도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야구로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무리 성공해봐야 미국 마이너리그의 더블A 취급밖에 못 받는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한국에서 야구를 하려고 할 것인가.뿌리가 없는데 과실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의심 받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팬들의 관심 또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승엽이 반드시 빅 리거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이승엽은 자라나는 후배들과 한국야구를 위해서 꼭 빅 리그로 진출해야 한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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