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부진의 끝을 보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김병현 선발에서 마무리로 활약, 포스트시즌 부진 아쉬워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대표주자, 박찬호와 김병현. 2003시즌은 이들에게 많은 변화와 시련을 안겨주었다. 박찬호는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부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시즌을 포기했다. 김병현은 기대와 우려속에서 마무리에서 선발로 변신했다. 성공적인 선발데뷔에도 불구, 팀과의 불화로 애리조나에서 보스턴으로 전격 트레이드 됐다. 보직도 선발에서 다시 마무리로 바뀌었다. 그러나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김병현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찬호, 김병현의 2003 시즌을 되돌아봤다.

박찬호 - 데뷔 후 최악의 시즌 보내

2002년 두 자리 승수 달성에 실패하고 와신상담하며 맞이한 2003시즌, 박찬호는 시즌 최종 성적 1승 3패, 방어율 7.58로 재기는커녕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지난해 겨울부터 착실히 몸 관리를 해왔고 스프링 트레이닝 역시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등 박찬호의 시즌 준비는 괜찮았다. 첫 두 번의 시범 경기에서 난타를 당하긴 했지만 이 후 3번의 등판에서 비교적 선방하며 3연승, 팬들은 박찬호의 재기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박찬호의 문제는 이미 시범 경기부터 드러나고 있었다. 시범 경기 마지막 경기에서조차 박찬호의 포심 최고 구속은 불과 92마일에 머물렀고 제구력도 들쭉날쭉하며 볼넷을 남발했다. 결국 텍사스 개막 선발 자리를 이스마엘 발데스에게 빼앗겼고 애너하임과의 첫 선발 경기에서 2.2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6피안타, 4볼넷 6실점이라는 경악스러운 난조로 패전 투수가 된 것. 두 번째 등판이자 올 시즌 첫 홈경기 등판이었던 시애틀 전에서도 3이닝 만에 4점을 내주고 강판당하는 부진의 연속. 직구 구속이 전혀 살지 못해 특유의 커브조차 속수무책이었다.

세 번째 시애틀 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으나 이 경기에서도 7개의 볼넷을 남발, 경기 내용은 전혀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이 후 애너하임 전에서 비록 승패 없이 물러나긴 했으나 변화구 빈도를 높이고 상대와의 과감한 승부를 앞세워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잠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부활은 없었다. 박찬호의 당시 구위로는 투구 패턴의 변화로도 한계가 있었다. 보스턴 페드로 마르티네즈와의 맞대결에서 7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후 양키즈 전에서 4이닝 만에 5점을 내주고 강판, 이 경기 후 박찬호는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DL 등록 41일 만인 6월 7일(미국 시간), 몬트리얼 전에서 빅리그에 복귀했으나 2이닝 4실점으로 또 다시 무너졌고 이 것이 그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이 후 그의 각종 트레이드 설이 고개를 들었고 사실상 텍사스 구단 역시 처리를 추진했으나 비싼 몸 값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박찬호는 그야말로 팀의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결국 박찬호는 8월, 시즌 마감을 선언하며 일찌감치 2004시즌 준비를 택했다. 완전히 잃어버린 투구폼과 직구 구속, 불안하기만 한 허리와 허벅지, 예전과 같지 않은 하체. 박찬호가 다음 시즌 이 모든 것을 딛고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구속이 크게 떨어진 박찬호가 파워피처로 살아남기 힘들다면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준 애너하임과의 4번째 선발 경기가 모범 답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좌우의 폭을 최대로 활용하고 변화구 사용 빈도를 늘리며 몸쪽 공략 등 공격적인 정면 승부로 투구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안정된 제구력과 불 배합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하게 재기한 선수들의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같은 동양인인 L.A 다저스의 노모 히데오 역시 그런 선수다. 노모가 한 일을 박찬호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내년 시즌, 박찬호가 예의 그 당당한 모습을 되찾게 되길 기대한다.

BK의 방황- 올 시즌, 많은 아쉬움을 남긴 김병현

2003 시즌은 김병현에게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고 새 팀에서도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김병현의 공식 기록은 9승 10패 16세이브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김병현에겐 불운의 연속이었다. 첫 5경기에 선발로 나와 4차례 퀄리티 스타트에 31이닝 동안 11자책점, 방어율 3.19로 매우 양호한 기록을 남겼으나 최악의 득점 지원율로 1승 4패에 그친 것. 설상가상으로 부러진 배트에 맞아 일어난 발목 부상으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김병현은 몸을 추스른 뒤 복귀를 기다렸으나 이미 그를 트레이드하기로 방침을 정한 애리조나 구단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결국 김병현은 지난 5월 29일(이하 미국시간), 3루수 쉐이 힐랜브랜드와의 트레이드로 전통의 강호 보스턴 레드삭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마무리 부재로 고민하던 보스턴은 마무리 경험이 있던 김병현을 영입한 뒤 천군만마를 얻은 분위기. 보스턴 언론 역시 수호신이 왔다며 그에게 큰 기대를 나타냈다.

김병현 역시 보스턴 이적 후 가진 첫 인터뷰에서 팀이 원한다면 자신의 오랜 꿈인 선발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해 새 팀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팀 사정상 이적 후 잠시 선발로 나오기도 한 김병현의 불운은 끝이 없었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나온 첫 선발 경기에서 피츠버그를 상대로 7이닝 1실점의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으나 이 후 5경기에서 1승 1패에 그쳤다. 이 중 3경기가 퀄리티 스타트였으니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것은 여전했다. 7월부터 다시 마무리로 돌아온 김병현은 본업을 만나 승승장구했다. 각종 언론은 김병현을 후반기 보스턴의 핵심 선수로 지목할 정도로 뒷문이 불안했던 보스턴으로서는 그의 존재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8월 13일부터 20게임 동안 5일 연속 등판을 포함해 총 14게임에 등판하는 혹사를 당해 잠시 흔들리기도 했으나 9월엔 다시 제자리를 찾아 팀을 포스트 시즌으로 이끄는데 크게 공헌했다.

대망의 포스트 시즌. 2001년 월드시리즈의 악몽을 잊고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김병현은 오클랜드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1점차로 앞서던 9회말 등판했으나 마무리에 실패하고 자책점을 기록, 한순간에 팀의 역적이 되고 말았다. 당시 그레디 리틀 전 감독의 성급한 투수 교체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김병현이 경기를 망쳤다는 것이 대다수 미국 언론의 논조였다. 실망한 김병현은 어깨 통증까지 겹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고 야유하는 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부적절한 행위까지 저질러 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AL 챔피언십에서는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명예 회복의 기회까지 놓치고 말았다. 아직까지 김병현의 보스턴 잔류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팀이 대대적인 개편을 준비 중에 있어 최소 4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게 될 김병현을 처리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 보인다. 김병현은 내년 시즌부터는 더 이상의 보직 변경 없이 붙박이 선발로 뛰길 희망하고 있지만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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