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파손은 일치, 그러나 폭행 등 당시 상황은 양측 엇갈려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이 메이저리그 손가락 파문에 이어 이번엔 취재기자 폭행 문제로 다시 한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병현이 강남의 모 스포츠 센터에서 체력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도중 이를 취재하던 스포츠신문 <굿데이>의 이건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아 내던져 파손시킨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 기자는 “갈비뼈에 금이 가는 상처를 입었지만, 김병현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 10일 강남경찰서에 정식으로 김병현을 고소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기자가 나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며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요청에도 계속 사진을 찍어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빼앗아 집어던졌다”고 해명하며 폭행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김병현 파문을 짚어봤다. 김병현과 <굿데이> 사진부 이 건(29) 기자의 문제가 발생한 장소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스포츠 센터 ‘스포월드’. 지난달 29일 극비리에 귀국한 김병현은 그 동안 서울 모처에서 생활하며 ‘스포월드’에서 체력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이 기자는 지난 8일 오후 김병현의 국내 근황을 취재하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았다. 그러나 훈련을 마치고 나온 김병현과 촬영문제를 놓고 시비가 붙은 것. 이 과정에 대해 이 기자는 <굿데이>신문을 통해 “시가 1천만원 상당의 카메라가 파손됐고, 김병현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가는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강남의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이에 대해 김병현은 “카메라를 파손시켰지만,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폭행문제를 놓고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당시 상황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이 기자가 스포츠 센터를 찾은 건 8일 아침 7시 경. 13시간을 기다린 이 기자는 운동을 마치고 동행인과 함께 계단을 통해 올라오던 김병현을 촬영했다. 그러나 김병현은 카메라를 발견하자 표정이 돌변해 “찍지 마”라고 소리치며 카메라를 잡아 땅에 던져버렸다는 것. 이어 “찍지 말라고 했지” 하며 이 기자의 멱살을 잡았고 카메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 기자와 김병현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김병현이 이 기자를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기자는 “기자 신분임을 밝혔지만 김병현은 ‘나는 그런 것 몰라’ 하며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까지 했다”고 <굿데이>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김병현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해명 글을 통해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으며,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병현이 올린 글에 따르면 “후배와 함께 운동을 끝내고 나오는 순간 어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갑자기 플레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다”면서”‘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더욱 더 가까이 얼굴에 대고 사진을 찍어 ‘제가 찍지 말라고 했잖아요’라고 하니 (카메라를) 제 얼굴에 대고 ‘너 취재방해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병현은 이어 “처음 본 기자인데 입에서 너라는 말과 자기가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으니 너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는 강한 자신감이 품어져 나와 그래서 찍지 말랬지라는 말이 나오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그 기자가 나에게 ‘사람 치겠다. 폭행까지 하네’라는 말까지 해 정말 때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카메라를 빼앗아 집어던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기자의 변호인 이재만 변호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김병현 본인이 생각할 때는 폭행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주먹으로 치는 것만이 폭행은 아니다”며 “사진기를 빼앗는 과정에서 이 기자를 밀친 행동과 사진기자의 생명과도 같은 카메라를 파손한 행위는 분명한 폭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김병현이 사건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런 사과도 없어 어쩔 수 없이 경찰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병현이 납득할만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한다면 이 기자와 가족들이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합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김병현도 다소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저는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있다”며 “제가 한 행동에 대해 부끄럽거나 정말 무언가 한 사람으로서 언론 보도처럼 그러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의견은 “무리한 언론 탓”이라는 입장과 “김병현이 너무했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인터뷰 "이건 기자 변호인 이 재 만 변호사"
“주먹으로 치는 것만 폭행 아니다”김병현을 강남경찰서에 정식 고소한 이건 기자 가족들은 이재만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 기자가 고소까지 하게 된 것은 김병현 선수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또 “김 선수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 등 공식적인 사과를 한다면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일문일답.

- 오늘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이 기자의 형님이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다. 가족들이 화가 많이 난 상태다. 김병현 선수가 공식적인 사과를 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 폭행사건에 대해 김 선수는 홈페이지를 통해 폭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그 건 김 선수의 생각이다. 꼭 주먹으로 치는 것만이 폭행은 아니다. 김 선수는 사진기자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를 빼앗는 과정에서 이 기자를 밀쳤다. 법률적으로 이는 분명한 폭행이라고 볼 수 있다.

- 이 기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고 했지만, 김 선수는 어느 신문인지 몰랐으며 이 기자가 반말을 하는 등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밝혔는데.
▲당시 상황은 이 기자와 김 선수 두 사람만이 아는 것으로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대질신문 등을 통해 모두 밝혀질 것으로 본다.

- 화해할 여지는 없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이 기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공식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소취하가)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김 선수는 파손된 카메라에 대해선 보상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폭행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 이 기자의 현 상태는.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며 갈비뼈에 금이 가 2주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더 정확한 상태는 추가진단결과가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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