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출소후 ‘김씨 행방이 묘연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권 중간 심판론이 민주당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리포트’의 저자이자 지난 2007년 대선이 있던 해에 이명박측으로부터 ‘15대 총선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관련 재판중 위증 교사를 받았다’고 폭로한 김씨에 대해 수배령이 떨어졌다. 김씨는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죄’로 검찰 수사를 받아 1년2개월 실형을 대법원으로부터 선고 받았다. 이후 그는 2008년 10월 만기 출소해 세상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출소 후 15개월이 지났지만 김씨에 대한 소식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김씨에 대한 행방관련 ‘실종설’, ‘사망설’, ‘해외도피설’ 등을 제기하면서 재차 그의 행적관련 주목을 받고 있다. 김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를 지냈던 김씨가 세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대선이 있던 2007년 2월 두 번의 기자회견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는 대가로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김씨는 15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1996년 9월에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김씨는 같은 해 9월14일 가족과 해외도피하면서 이 대통령의 폭로 사실이 허위라는 편지를 공개했다.

그러나 그 다음달인 10월에 전격 국내에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한 김씨는 법정 다툼끝에 1997년 이 대통령이 서울지법에서 일부 유죄선고를 받게 돼 의원직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경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받은 이 대통령은 ‘승복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피선거권이 박탈당하면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08년 9월 언론에서 사라져…‘실종설’? ‘사망설’?

이후 5년만에 다시 나타난 김씨는 2007년초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측으로부터 주기적으로 허위진술을 교사받았다. 법정 진술을 위증하도록 교사받았다”며 “그 대가로 받은 돈이 1억2500만원 정도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검찰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2007년 8월 구속 기속됐고 2008년 9월 대법원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 1년 2개월이 최종 확정됐다. 이후 김씨는 2008년 10월 1년 2개월의 만기를 채우고 출소해 현재까지 두문불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간에 잊혀져가던 김씨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곳은 네티즌들이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김유찬 실종신고’(2009.07.17, Daum.net), ‘소재 불명, 김유찬은 어디 있나’(2009.06.06, Naver.com)라는 의문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실제로 각종 포털 사이트에 ‘김유찬’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2008년 9월 11일 ‘대법원, 김유찬 유죄판결’ 기사 이후 신병관련 보도는 전혀 뜨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번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 중간 심판론’으로 치루려는 민주당에서도 ‘김유찬 행방 찾기’에 나서면서 다시 김씨의 행적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한 인사는 “김씨가 2008년 석방된 이후 행방을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며 “소문으로는 ‘실종설’, ‘해외도피설’, ‘사망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본지는 김씨의 핸드폰 ‘016’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번호가 없다는 기계음만 나왔다. 또한 저술한 ‘이명박 리포트’의 한국의정발전연구소를 찾았지만 사무실은 진작에 없어졌다. 또한 서울 IBC 대표로서 상암동 DMC에 137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알고 추적했지만 서울 IBC는 공개입찰에서 떨어졌고 서울 라이트㈜의 책임하에 건물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김씨, ‘외국과 사업중’ 피해 입을까 ‘전전긍긍’

급기야 본지는 김씨와 친분이 있는 A씨를 만나 2009년 말까지 여의도 목욕탕에서 ‘목도했다’는 정도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지만 행방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수소문 끝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법률특보를 맡아 이명박 후보 검증자료를 갖고 있던 정인봉 변호사로부터 김씨에 대한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3~4개월 전에 얼굴도 보고 전화를 건 적도 있다”며 ‘실종설’, ‘해외도피설’, ‘사망설’ 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나도 살아 있는데…”라며 “사업이 힘들다는 말은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음모론적인 시각이라고 보고 있었다. 한편 정 변호사는 복수의 김씨 휴대폰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지인을 통해 최근 근황을 본지에 전했다.

그는 “김씨와 친분이 깊은 지인 B씨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그가 말하길 현재 외국과 사업을 하는 데 고충이 많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지인은 ‘김씨 개인보호 차원에서 연락처와 무슨 사업을 하는 지 알려줄 수 없다’고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통화를 해보니 아무래도 이명박 정권과 사이가 안좋은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사업을 할 경우 사업에 도움이 안될 것으로 판단해 두문불출하면서 사업을 하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해외에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여운을 남겼다.

본지가 확인한 것은 이뿐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을 켜게 했고 급기야 법정 구속까지 당한 김씨다. 또한 수천억원 짜리 대형 랜드마크 빌딩 건축 사업 역시 무산됐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시절 추진된 상암동 DMC 사업관련 “대단히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때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정치적 야심까지 피력했던 김씨. 하지만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당분간 숨죽여 지내야만하는 ‘현대판 유배인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