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맹활약중인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가 세 경기만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으나 득점포를 쏘지 못했다. 이천수는 지난 9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스페인 국왕배(코파 델 레이) 1라운드 오베이도와의 원정경기에 바르케로와 짝을 이룬 투톱으로 나와 활발한 플레이로 결승골의 디딤돌을 놓으며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이천수는 이로써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 6경기와 유럽챔피언스 리그 2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팀의 9차례 공식 경기에 빠짐없이 선발 또는 교체로 출장한 셈. 이천수는 코바세비치, 니하트, 알론소 등 주전 공격수들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예선을 앞두고 빠진데다 3부 리그 하위에 처져있는 약체 팀을 맞이해 데뷔 골을 신고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이천수는 전반 22분 데 페드로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줘 득점을 기록할 뻔했으나 볼 스피드가 약간 빨라 발끝을 지나치는 바람에 땅을 쳤다.이천수는 전반 24분 바르케로의 선취골로 앞서 나가다 후반 5분 오베이도의 그라나다에게 동점골을 내줘 균형을 이룬 후반 인저리 타임 가빌론도가 결승골을 뽑는데 한몫했다.이천수가 왼쪽 측면에서 골 지역으로 투입한 볼이 데 페드로의 크로스로 이어져 가빌론도가 오른발로 네트를 가른 것. 이천수는 휴식기를 가진 뒤 오는 19일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 알바세테와의 경기에 다시 출격해 첫 골에 재도전한다.

김병현 사과제스처 성공적

양손에 흰양말 씌우고 관중에 용서 구해보스턴 레드삭스 김병현(24)이 홈 관중들에게 애교 섞인 제스처로 ‘손가락 사건’의 용서를 구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깜짝 이벤트’가 연출된 것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직전 선수 소개 때. 김병현은 장내 아나운서가 자신을 호명하자 느닷없이 양손에 흰 양말을 푹 덮어 씌운 채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이날은 지난 5일 디비전시리즈 3차 전서 야유하는 홈 관중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여 물의를 일으킨 이후 보스턴 팬들과의 첫 대면. 말썽의 주범인 ‘손가락’을 아예 양말 속에 가둬놓음으로써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메시지였다.

김병현은 양말을 낀 오른손을 관중들에게 다정하게 흔들어 일주일 전과는 사뭇 다른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흰 양말 효과’ 덕분이었는지 팬들도 예상과 달리 별다른 야유를 하지 않았다.김병현의 언론 담당 코디네이터 대니얼 김은 “경기 전에 이런 세리머니를 미리 계획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선수 소개 직전 동료들이 즉석에서 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보스턴 홈페이지는 ‘평화를 위한 김병현의 노력’이라는 제목으로 ‘흰양말 세리머니’를 보도해 김병현의 뜻하지 않은 쇼맨십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백기’ 대신 ‘흰양말’을 든 김병현의 시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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