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호투를 보이고도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5연패를 당하고 있었던 뉴욕 메츠의 선발 투수 서재응이, 지난 28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올 시즌 마지막 등판 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 1볼넷 2실점(1자책점) 2탈삼진의 좋은 투구 내용으로 팀의 9:3 승리를 이끌며 9승째를 거두었다. 이로써 그는 루키 시즌의 성적을 31경기 30선발 188.1이닝 9승 12패 110탈삼진 방어율 3.82 WHIP 1.27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모습. 비록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신인왕이 예상될 만큼 국내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었기에 이런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애당초 누구의 기대도 받지 못했던 26살의 늦깎이 신인 서재응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03년 그의 분전은 모든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을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어제 메츠에 승리를 거두면서 1997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확정 지었던 플로리다 말린스는, 이날 경기에서 주전 타자 중 후안 피에르와 미구엘 카브레라 두 명 만을 내세우는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치며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역대를 통틀어 가장 좋은 시즌 필드 퍼센티지를 자랑했던 수비진은 이날 주전들이 빠진 것 때문인지 초반 세 개의 에러를 범하면서 조금은 풀어진 듯한 경기를 펼쳤는데, 경기가 끝난 뒤 잭 맥키온 감독도 팀의 수비에 대해서 말할 때 “딕 체니씨하고 전화 연결 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이 국방부(‘Defense’ Department) 장관 아니었어?”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었다. 여전히 축제 분위기가 끊기지 않은 플로리다는 남은 정규시즌 경기에는 그다지 미련을 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프론트는 올 시즌 중 제프 톨버그 감독의 해임 당시 급하게 감독으로 들어왔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어낸 노장 맥키온 감독과 연장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츠는 초반 상대의 실책으로 쉽게 점수를 뽑으면서 앞서나갔다. 1회초 타이 위긴튼의 병살타 때 로저 세데뇨가 홈을 밟은 뒤, 3회초에는 위긴튼의 적시 2루타가 터져 2대0까지 리드를 잡은 것. 그러나 이후 상대 선발 마이크 레드먼의 호투에 막혀 추가점을 뽑지 못했던 그들은, 4회말 미구엘 카브레라의 적시타로 1점, 5회말 데니 가르시아의 에러 때 제럴드 윌리엄스의 득점으로 동점을 허용하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서재응에게 패전을 안길 수 없다는 동료들의 생각이 집중력을 발휘한 것일까. 메츠는 7회초 전에 없던 집중력을 보이면서 상대 투수진을 농락했는데, 마이클 테헤라를 상대로 조 맥윙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다시 균형을 깬 뒤, 네이트 범프를 상대로는 제이슨 필립스가 2타점 적시타, 라울 곤잘레즈가 2타점 적시 3루타, 밴스 윌슨이 적시타를, 또 바뀐 투수 케빈 올센을 상대로는 왓슨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면서 대거 7점을 뽑아내 스코어를 9:2까지 벌려 결국 승리를 확정 지었다. 플로리다는 9회말 앤디 팍스의 적시타가 나오기는 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메츠 타선에서는 윌슨이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가운데, 위긴튼 또한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다해낸 모습. 위긴튼은 올 시즌 154경기 570타석에서 타율 0.256에 OPS 0.717 11홈런 71타점으로 신인으로서 괜찮은 성적을 일궈냈다. 2타점을 뽑아낸 신인 필립스 역시 올 시즌 117경기 402타석에서 타율 0.299에 OPS 0.817 11홈런 58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내었다. 그러나 두 선수 다 나이가 25살, 26살로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붙박이 선수가 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데뇨도 2타수 1안타 2득점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반면 플로리다는 주전 타자들이 대부분 빠진 탓에 어쩔 수 없는 타선의 부진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결국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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