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아버지 바비 본즈가 세상을 떠났던 탓에 6경기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인업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던 배리 본즈. 그는 최근 복귀전에서 랜디 존슨을 상대로 시즌 40호 홈런을 쳐낸 뒤 언제나 그랬듯이 그라운드를 돌고 플레이트에 이르러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손뼉을 쳐야 할 순간, 무엇인지 모르게 홀린 듯한 표정으로 애리조나 뱅크 원 볼파크의 지붕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세리머니를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본즈.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빠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을 느끼면서 아버지가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어떤 느낌이 나에게 왔다.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고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홈런을 친 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저 플레이트에 될 수 있으면 오래 머물고 싶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라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한 본즈. 그는 그 이닝이 끝나고 수비를 하기 위해 좌익수 쪽으로 뛰어 가는 도중,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손으로 눈을 훔치면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정리가 아직 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야구의 신도 인간의 감정에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내 아버지는 많은 선수들의 커리어에 도움을 주셨다. 특별히 나에게는 더욱 그랬다. 정말 힘든 일이다. 나는 내 코치를 잃어버렸다”라고 말하며 듣기 안타까운 말들을 계속 흘렸다. 팀 트레이너 스탄 콘테는 홈런 당시 그의 맥박을 측정했을 때 분 당 150에서 160으로 평균 보다 두 배 이상이나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고 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콘테는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그날 밤 그의 맥박을 계속 체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경기 출장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한편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날 선발 대결은 백전노장 랜디 존슨과 겁 없는 루키 제롬 윌리엄스의 대결이었는데, 존슨이 오랜만에 부진을 털고 7이닝 5피안타 2볼넷 2실점 11탈삼진의 위력투를 선보였으나, 윌리엄스가 그보다 한 수 위인 8.1이닝 6피안타 3볼넷 1실점 8탈삼진의 놀라운 쾌투를 기록하며 맞대결서 승리를 기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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