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7개·2루타 12개의 장타력에 볼 넷 32개의 선구안까지변화구 대처능력은 크게 떨어져 … 미리 노리고 타석 들어서야메이저리그 신인왕 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희섭. 그는 전반기 동안 타율 .239, 홈런 7, 타점 23, 도루 1, 볼넷 32개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신인왕으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조금은 초라하다. 그러나 최희섭은 이제 첫 풀타임 메이저리거임을 감안한다면 전반기 성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메이저리그의 경험을 충분히 쌓는 것이 최희섭에게 더 필요하기 때문. 타자로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선 최희섭의 전반기를 분석했다. 최희섭은 전반기 동안 홈런 7개와 2루타 12개를 때려내 장타력(0.465)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볼넷은 32개나 골라내 신인으로서 최고의 선구안(출루율 0.379)을 자랑했다.물론 더 큰 기대를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최소한 다들 적어도 저것보다는 나은 성적을 낼 거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희섭은 이제 겨우 풀타임 첫 해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최희섭에게 올 시즌 중요한 것은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만큼 어느 정도의 부진이나 실수도 그 다음을 위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주 좋았던 초반에 비해 후반기 막판으로 갈 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부분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 첫 4월에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신시네티와의 3연전에서 매 경기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파워히터로서의 괴력을 과시하며 결국 4월의 신인상을 타기도 했지만 4월에 5개, 5월에 2개. 이렇게 앞선 2개월 동안 총 7개의 홈런을 날린 뒤 그 이후로는 한 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물론 홈런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특히 신인의 경우 홈런과 타율은 상반관계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인데, 홈런을 치지 않으면서도 타율이 좋아지지 않았다는 점은 그 다음으로 아쉬웠다. 여기에 대해서는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졌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최희섭 역시 아직은 변화구에 익숙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변화구에 약한 것은 어느 신인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직구를 노리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카고 컵스가 1루수로 뛰어나지는 않은 성적을 냄에도 그를 기용하는 것은 모두 앞을 내다보고 판단하는 일이기에 그 역시 당장에 후반기부터는 아니더라도 내년, 더 나아가 2,3년 후에는 반드시 변화구를 직구 치듯이 때려낼 수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초구를 노리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보스턴의 강타자 노마 가르시아파라 같은 선수는 초구 공략률이 거의 반반이다. 물론 좋은 타자는 공을 오래 보는 타자이고, 홈런을 칠 줄 아는 타자는 언제라도 방망이를 내밀 수 있는 타자임에는 분명하다. 최희섭은 후자쪽에 가까운 타자임에도 반대로 공략법은 전자에 가깝다. 이것이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초구를 치라는 것에는 더 나아가 적극적인 타자가 되라는 뜻이 담겨있다. 자기가 아니다 싶은 공에는 기다리더라도 지금처럼 애초부터 100%눈에 맞는 공이 아니면 치지 않는 자세는 좋지 않다.

굳이 초구를 치지 않더라도 최소한 2스트라이크 이후로 끌려가 투수에게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대단한 타자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의 타율은 1할대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 누구도 그에게 공 오래보는 1할대 타자를 원하진 않을 것이다. 늦어도 2스트라이크가 되기 이전에는 공을 때려내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다음에는 어떤 특정한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괜찮다. 쉽게 말해 직구 혹은 변화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메이저리그 타자라면 자기가 노리는 공이 왔을 때는 충분히 안타나 홈런을 때릴 수 있다. 다만 그 공이 오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만일 경기 초반에는 그가 좋아하는 직구에 포커스를 맞추다가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후반에는 변화구를 노리는 것도 좋다. 그럴수록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가능성은 높고 아무리 본인이 변화구에 약하다 하더라도 기다리는 변화구를 놓칠 만큼 무능한 타자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멋진 홈런, 1루수 신인 올스타. 뭐 이런 것들로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최희섭은 지난 6월 8일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캐리 우드와 충돌해 뇌진탕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깨어나는 첫 순간에 본인보다 팀의 안부를 묻고 같이 우드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모든 MLB팬들과 언론이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23일만에 큰 아픔을 꺾고 화려하게 컴백하며 다시 열광시켰다. 신인으로는 이보다 더 큰 일을 해낼 순 없었다. 에릭 캐로스와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이것은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소속팀의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최희섭이 이상이라면, 캐로스는 현실이다. 전반기 .323의 타율 8홈런, 21타점 등 기록 면에서도 캐로스가 최희섭을 앞선다. 캐로스도 주전이 보장됐던 다저스에서는 안심하고 뛰었지만, 이젠 최희섭을 의식하는 듯한 인상이 뚜렷하다. 현지 언론이 ‘베테랑 마니아’라고 불러줬을 만큼 검증된 선수들을 중용하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감안하면 거의 1:1식의 출전도 그의 입장에서는 많이 배려했다 할 것이다. 컵스의 이상은 ‘최희섭’, 현실은 ‘캐로스’인 것. 후반기에서 최희섭은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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