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부천SK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 시즌 부천은 14일 현재 1무 8패로 승리 한번 없는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최근에는 트르판 감독이 신변 위협을 이유로 선수 지휘를 포기한 채 경기장을 비웠고, 프런트도 “기업의 경영적 측면이 우선”이라며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몇 년 동안 누적됐던 상처가 곪아터진 것”이라며 예견됐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부천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감독을 교체했다. 2001년 조윤환 감독(현 전북현대 감독)은 시즌 중 돌연 성적부진(7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축구계는 이를 구단이 경질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8월에는 최윤겸 감독(현 대전시티즌 감독)이 경질됐다.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권을 침해하는 프런트에 반발, 미움을 산 것이 주된 이유였다. 부천은 또 올 시즌 이임생(부산)과 김기동(포항), 박철(대전) 등 소속팀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과 한명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트르판 감독은 “이임생, 김기동 만은 잡아야 한다”며 반발했지만 프런트에겐 ‘쇠귀에 경읽기’였다. 축구계의 한 지도자는 “부천은 윤정환(1999년), 강철(2000년), 이을용(2001년), 이임생(2003년) 등 지난 1999년부터 핵심 선수들을 하나 둘씩 내다 팔기 시작했다. 부천은 이제 뼈대 없이 껍질만 남았다”고 꼬집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현재 부천SK의 급격한 전력 약화의 원인을 강성길 단장의 부임에서 찾고 있다. 강성길 단장이 1998년 말 부임하면서 부천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강 단장은 끊임없이 ‘긴축재정’을 주장했다.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과대평가돼 있으며 구단 운영에도 경제논리가 앞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해 적자가 50∼60억원씩 되는 기업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느냐”는 강 단장의 이 말은 부천SK를 책임진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부천은 최고 명문은 아니더라도 전통을 지닌 팀이다. 지난 2000년에는 대한화재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정규리그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유고출신 니폼니시 감독이 뿌리내린 짜임새 있는 미드필드진을 앞세워 지더라도 박진감 있는 경기를 하는 팀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녔다. 이제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다. 스타플레이어도, 성적도, 경기내용도 형편없는 최악의 팀이다.<성>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