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 시즌 최고의 화두는 ‘SK 와이번스의 돌풍’이다. 아니 ‘SK의 태풍’이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SK의 선두 질주’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끈끈한 팀웍, 젊은선수들의 맹활약, 조범현 감독의 분석야구 등이 어우러져 일궈낸 결과라는 것. 이와 함께 구단의 과감한 투자로 인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포수출신 새내기 조범현 감독 수비중심 ‘이기는 야구’ 추구스타플레이어 없어도 신·구 조화 바탕으로 강한 폭발력 과시지난 2000년 1월 쌍방울 구단을 인수, 새로운 팀으로 창단된 SK는 그간 패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SK는 승리에 굶주려 있다. 창단 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던 SK가 시즌 중반 당당히 선두권을 유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지난 시즌 6위에 그친 SK가 시범경기 1위에 오를 때만 해도 “SK가 지난 시즌 성적보다는 좋겠지만 중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SK의 전력은 이외로 탄탄했다. 이처럼 SK가 올시즌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SK의 저력은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조범현 감독의 세밀한 분석야구와 선수들의 강한 결집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범현식 야구 성공’

우선 프로야구 전체 구단 감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조 감독의 용병술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새내기 감독이 김응룡, 김재박 등 베테랑 감독을 제치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시즌 개막전 그가 강병철 감독의 후임으로 SK 사령탑을 맡았을 때 야구팬들은 의아해 했던 것이 사실. 포수 출신으로 배터리 코치로서 능력은 인정받았으나 감독으로서는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사령탑 조 감독은 팀웍을 극대화하며 뛰어난 용병술을 발휘하고 있다.조감독은 코치시절 김성근·김응룡 등 당대 최고 감독들로부터 강점을 익히고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김성근 감독으로부터는 테이터를 바탕으로 하는‘세밀한 분석야구’를 배웠고, 김응룡 감독으로부터는 선수단 장악력, 과감한 투수교체 등 ‘카리스마’식 야구를 익혔다.그리고 자신만의 야구 스타일을 완성하며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조감독의 야구는 우선 공격보다는 수비를 중시하는 야구. ‘철저히 이기는 야구’를 중시하고 있다. 그물망 수비를 통해 팀 전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포수출신 답게 마운드 안정과 수비의 안정감을 위해 ‘포수’를 중히 여기는 것도 특징이다.조 감독은 또 누구보다도 ‘테이터’를 중시, 상대팀의 ‘전력분석’을 철저히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율야구’를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이 제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간섭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야구를 구사하고 있는 것. 또 젊은 선수들과 노장들간의 적절한 조화를 이끌어내는 역량도 대단하다.

‘끈끈한 팀웍’

포수에 박경완, 그리고 김기태, 정경배, 김민재, 디아즈 등으로 이어지는 내야진, 조경환, 이진영 등의 외야수들. SK 선수들중에는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선수단 전체가 뚤똘뭉쳐 강한 폭발력을 과시한다.포지션별로도 주전선수와 후보선수간 기량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큰 강점. 포지션마다 제기량을 십분 발휘하는 선수들이 2명 이상 포진하고 있어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조범현 감독의 용병술과 노장, 신진급 선수들이 잘 어우러진 조직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특히 조 감독은 팀웍을 해치는 선수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투수 조진호를 2군으로 내려보낸 것도 이런 연유다.

젊은피의 승리

SK의 돌풍의 원동력에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있다. 이승용, 채병용, 제춘모 등 영건들이 지키는 마운드는 철벽이다. 그리고 송은범, 엄정욱 등 고졸 1∼3년차 수준급의 투수들이 즐비한 것도 큰 특징. 이로 인해 SK마운드는 8개구단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그리고 타격에서도 젊은 선수들은 빛이 난다. 파워 넘치는 타자들은 없지만 팀타율은 8개구단들 중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타선의 핵인 이진영의 활약은 타선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흐르는듯한 정교한 타격감을 앞세운 이진영은 베테랑 선수들을 제치고 타격 1∼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이처럼 이렇다할 스타들은 없지만, 이진영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상승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과감한 투자

SK는 창단 후 매년 선수 트레이드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로인해 SK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SK는 그간 선수 영입에만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자했다. 2000년 해태 이호준을 데려온 SK는 2001년 현대 조규제와 조웅천을 20억원에, 두산 강혁을 6억7,500만원에 현금 트레이드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원형과 롯데 김민재도 영입했고, 그해 연말에는 삼성과의 6대2 대형 트레이드도 성사시켰다. 당시 SK는 김기태, 정경배, 김상진, 이용훈, 김태한, 김동수를 데려오는 대신에 브리또, 오상민을 내주고 현금 11억원도 얹어 줬다.

당시 SK‘는 밑지는 장사, 미래를 생각안하고 노장들만 영입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 트레이드에서 결국 SK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롯데 거포 조경환과 메이저리거 출신의 조진호를 영입했고, 12월 현대 포수 박경완을 3년간 19억원에 데려오면서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영입된 선수들은 SK의 유니폼을 입고 펄펄 날았고, 꾸준히 영입한 신인선수들도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