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올 시즌 프로야구가 지난 13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전반기 피날레는 현대 SK 삼성, 이들 3강의 치열했던 선두 다툼의 한 단면을 보여주듯 극적이었다. 그동안 3위로 처져 있던 현대가 두달 가까이 삼성과 선두 다툼을 벌이던 SK를 막판 3연전에서 2승 1무로 압도하며 지난 5월 14일 이후 2개월만에 선두 탈환에 성공한 것. 올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의 특징은 뚜렷한 ‘3강 3중 2약’ 구도와 치열한 선두 다툼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창단 후 3년 동안 하위권에 맴돌던 SK가 전반기를 2위로 마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현대·SK·삼성 3강, 포스트시즌 예약…치열한 선두다툼 LG·기아·한화,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을 잡아라” 전쟁지난 13일까지 올 시즌 프로야구는 전체 페넌트레이스 532경기 가운데 56.9%인 303경기를 소화했다.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막 돌아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는 ‘30km’지점을 눈앞에 둔 셈이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 올 시즌 프로야구는 어느 시즌보다도 확연히 구분되는 ‘3강 3중 2약’의 구도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 선두그룹(삼성)과 2위그룹(LG)의 게임차가 무려 10경기에 이르고 후미그룹(두산) 또한 2위그룹(한화)에 9경기나 저만치 뒤처져 있어 이 구도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와 함께 올 시즌 현대와 SK, 삼성이 벌이는 선두 다툼은 어느 시즌보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들 3팀은 SK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5월 중순 이후 자리바꿈을 계속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했다. 막판 자리를 맞바꾼 현대와 SK는 승차 없이 1, 2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이들에 2게임 뒤져 3위로 밀려있는 승률 1위 삼성도 진정한 1위를 자처하며 후반기 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전반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쉼없이 달려왔던 8개팀의 전력을 3강(현대 SK 삼성) 3중(LG 기아 한화) 2약(두산 롯데)의 구도로 나눠 점검해보고 올스타브레이크가 끝난 뒤 재개될 후반기 밑그림을 그려보도록 하자.

●3강… “포스트시즌 진출은 따논 당상, 이젠 KS직행 노린다”

전반기 ‘삼두마차’체제를 형성했던 현대 SK 삼성은 이변이 없는 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태다. 투타의 균형이나 집중력에서 나머지 팀들을 압도했다. 전반기 마지막 날, 두달 만에 1위를 탈환한 현대는 5월부터 덜커덕 주저앉은 마운드의 ‘두 기둥’ 정민태와 조용준의 부상공백을 튼튼한 허리진이 대신하고 ‘심장사’ 심정수가 선봉장으로 나선 막강 타선을 앞세워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현대는 방어율 3.89(2위)와 팀타율 0.278(2위)에서 보여지듯 3강 중에서도 투타의 밸런스가 가장 안정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특히 다승 공동 1위 쉐인 바워스가 이끄는 선발 마운드는 8개 구단 가운데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반기 10승을 기록한 쉐인 바워스와 부상에도 불구하고 8승을 거둔 정민태 등 선발투수가 거둔 승수가 전체 48승 가운데 31승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불펜진도 전담 마무리 조용준의 공백을 권준헌이 잘 메워주고 있고 신철인, 이상열 등이 이끄는 허리진도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돌아온 에이스’ 정민태는 올스타브레이크 기간 충분한 휴식으로 다시 다승 사냥에 나설 채비를 갖췄고 시즌 초반 최단 경기(12경기) 10세이브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조용준도 늦어도 이달 말 복귀를 준비하고 있어 후반기 마운드의 높이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타선에서는 득점(64점)·출루율(0.483) 1위, 홈런(32개)·장타율(0.742) 2위, 타격 4위(0.333) 등 공격 전부문에서 맹활약한 심정수와 함께 정성훈(타율 0.338·타격 3위), 김동수(타율 0.306·출루율 3위), 이숭용(14홈런·타율 0.294·최다안타 3위) 등이 팀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었다.SK는 ‘돌풍’이 아닌 메가톤급 ‘핵 폭풍’을 몰고 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4강 후보로 평가받던 SK는 이제는 우승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큼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SK는 전반기 막판 현대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두달 가까이 선두에 이름을 고정시키며 LG(5승6패)를 제외한 나머지 6개팀과의 상대전적에서 우세를 보이는 등 가장 고른 전력을 뽐냈다.

현역 최연소 조범현 감독(43)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탄탄한 조직력과 그동안 만연됐던 패배의식을 걷어낸 게 선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개팀 가운데 가장 많은 1점 차 승리(17승)를 맛볼 정도로 승부욕 또한 대단했다. 특히 마운드 운용의 중심축을 중간투수에게 둔 전략이 빛을 발했다. 8개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감을 보인 마무리 조웅천(4승2패 23세이브·방어율 1.93)을 필두로 정대현 송은범 김원형 김희걸 등 ‘철벽 불펜’을 유효 적절하게 가동시켜 상대의 추격을 막았다. 이에 채병용, 제춘모 등이 이끈 영건 마운드와 박경완의 뛰어난 투수 리드까지 보태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타선에서는 특출한 선수는 별로 없었지만 전반기 중반까지 4할 타율을 오르내리던 이진영(타율 0.341·타격 2위)을 앞세운 조직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비록 다승제로 바뀐 순위 때문에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삼성 또한 최강의 전력을 뽐냈다. 승률에서는 0.648로 1위 현대(0.632)와 2위 SK(0.608)를 따돌렸다.

지난 시즌까지처럼 승률로 순위를 결정했다면 당연히 1위 몫은 삼성의 차지였다. 삼성의 힘은 상하위 타선이 없는 막강 화력.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타율이 각각 0.286과 0.282로 편차가 거의 없을 만큼 매서운 타격을 과시했다. 팀타율(0.280)은 물론이고 득점권타율(0.286) 역시 최고다. 여기다 이승엽(37개)-양준혁(19개)-마해영(23개)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앞세워 전반기 팀 최다 홈런(129개)을 기록,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하지만 다승 공동 1위(10승), 방어율 2위(2.81)에 오른 임창용을 제외한 선발 투수진은 ‘옥의 티’로 남았다. 시즌 초반 퇴출된 나르시소 엘비라의 대체 용병 라이언 글린(29)이 선발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후반기에도 ‘삼두마차’의 체제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이들이 벌일 순위싸움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중… “포스트시즌 나머지 한 장을 잡아라” 접전 예고

후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팀들이다. 전반기 4~6위 LG 기아 한화는 후반기에서 벼랑 끝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3강이 가져가고 남을 한장의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벅찬 힘겨루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LG는 전반기 김재현 이병규 등의 부상공백으로 공격력의 누수현상이 심했다. 팀 방어율 3.58로 1위를 기록한 반면 팀타율은 0.243으로 꼴찌로 처져 심각한 투타 불균형을 보여줬다. 전반기를 4위로 마친 게 신기할 정도다. 공격력 보강이 급선무지만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혜성처럼 등장해 해결사 구실을 톡톡히 해냈던 김상현마저 13일 왼팔 복합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또다시 공격력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나마 오는 25일 복귀하는 김재현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반기 탈삼진 1위(88개), 방어율 3위(2.96)에 오른 ‘뉴 에이스’ 이승호의 활약이 돋보였다.

당초 삼성과 함께 양강으로 평가받던 기아의 5위 추락은 이변이었다. 시즌 초반 8연승으로 올 시즌을 기대케 했던 기아의 부진은 지난해 첫 외국인 다승왕(19승) 마크 키퍼(4승·두산 이적)와 김진우(5승), 진필중 등 투수진의 붕괴가 주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진필중은 끝내기 홈런 3개를 허용하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진필중의 구위 회복과 새 용병 마이클 존슨, 부상에서 회복한 박재홍의 활약 여부에 따라 후반기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한화도 ‘원투펀치’ 송진우 정민철의 부상으로 ‘잿빛 구름’에 휩싸였다. 투타에서 세대교체에 실패해 시즌 초반 하위권에 처졌다가 발에 땀을 내며 고군분투한 다승 공동 1위 이상목(10승)의 어깨에 기대면서 다소 힘을 차렸다. 전통의 마운드 강국의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4강 싸움이 버거울 전망이다. 송진우와 정민철의 후반기 활약여부가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타선에서는 원인 모를 부진에 빠진 송지만의 컨디션 회복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약… “포스트 티켓 향배 우리한테 물어봐”

개막 8연패에 빠졌던 두산이나 개막 12연패로 침몰한 롯데는 올 시즌 일찌감치 경쟁대열에서 낙오했다. 올 시즌 희망을 품기에는 너무 늦었다. 마음을 비우고 내년을 기약하며 팀 세대교체라는 씨를 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두팀은 3강의 순위싸움이나 3중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에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 두 팀의 매운 고춧가루 세례나 딴죽걸기에 당하면 상처의 내상은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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