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페이스서 오는 체력적 부담이 부진의 주요 원인지난 2년 평균 91이닝 던졌지만 8월까지 105이닝 던져최근 몇차례 세이브 상황에서 부진을 겪은 김병현. 잦은 등판에 따른 체력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불도저식 기용은 선수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흔들리고 있다. 시즌 중반 마무리 전향 후 13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10차례의 성공, 기록상으로의 실패작은 아니지만, 최강의 마무리를 자랑하던 예전의 모습은 확실히 아니다. 특히 지난 8월 1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24일까지 4번의 등판에서 1세이브와 2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보스턴의 플레이오프 사활이 걸린 시점에 팀에 실망을 안겨주는 투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불도저식 기용은 선수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흔들리고 있다.

시즌 중반 마무리 전향 후 13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10차례의 성공, 기록상으로의 실패작은 아니지만, 최강의 마무리를 자랑하던 예전의 모습은 확실히 아니다. 특히 지난 8월 1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24일까지 4번의 등판에서 1세이브와 2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보스턴의 플레이오프 사활이 걸린 시점에 팀에 실망을 안겨주는 투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김병현의 부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며 팀의 신임을 잃고 있다는 점. 무조건적인 성공을 요구하고 있는 마무리 투수에게 승리를 날려먹는 일이 연속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는 김병현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김병현이 속한 보스턴은 우승을 원한다.

수십 년 전에도 원했고, 몇 년 전에도 원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들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늘 쫓기는 마음이 강하다. 보스턴은 김병현이 애리조나에 있을 때부터 트레이드의 기미를 보일 때마다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며 트레이드를 시도했던 팀이었다. 그때마다 김병현이 그들의 영입 대상 1순위는 아니었지만 1순위 선수를 데려오지 못한다면 김병현으로 선회한다는 입장은 늘 가지고 있었다. 보스턴은 그 동안 매년 될성부른 떡잎으로 판단했던 선수를 버리고, 그 다음해 새로운 선수를 보강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나 결과는 남은 게 별로 없었던 장사였다. 이에 그들은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것을 찾았고, 거기에 젊고 다방면(보직이나 PO경력)에서 경험 있던 투수 김병현을 선택한 것.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시점이 좋지는 않았다.

김병현을 데려올 당시에 그는 애리조나에서 마무리가 아닌 선발로 뛰고 있었다. 애리조나는 선발도 마무리도 할 수 있는 김병현이라는 가치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보스턴에는 그것이 약간의 플러스 알파적인 손실을 가져왔다. 그것은 트레이드 카드의 문제보다도 김병현의 조건과 한계에 관한 점들이었다. 김병현은 마무리에서 선발이 가능해졌지만, 체력적인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라는 원투펀치의 컴백이 확실치 않았음에도 애리조나가 김병현을 쉽게 내준 것은 돈이나 불화 문제보다도 바로 ‘체력’문제가 더 컸을 가능성이 크다. 애리조나는 김병현의 가치가 가장 커졌다고 느꼈을 때,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 문제는 보스턴이 애리조나의 그 의도를 몰랐다는 것이다. 아니, 아직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보스턴은 김병현이 선발도 가능하고, 애리조나 시절에는 2,3이닝 마무리도 가능했다는 사실로 그들 역시 그렇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김병현이 지금 얼마나 지쳐있는지, 한 시즌에 너무 혹사를 당하게 되면 내년 혹은 그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전혀 관심조차 없는 듯이 보인다. 실제 김병현은 보스턴에서 선발로 뛸 무렵 적은 실점을 하고도 많아진 투구수와 이닝이 거듭될수록 떨어지는 위력으로 인해 예상보다 일찍 강판되곤 했다. 2001시즌과 2002시즌에 평균 91이닝을 던졌던 그는 아직 시즌이 한 달도 더 남은 8월 셋째주까지 벌써 105이닝을 넘게 소화했다. 12번의 선발이 포함됐고, 하루가 멀다하고 연속 이닝으로 투입된 경우도 수없이 많다. 결국 김병현이 겪고 있는 부진은 오버페이스에서 온 체력적인 부담이라고 볼 수 있다. 김병현처럼 마무리에서 선발, 다시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된 케이스는 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시즌 중반에 선발이 마무리로, 혹은 마무리가 선발로 전향하는데는 한달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선발에서 내려온 후 마무리까지 빼앗기면 끝이라 여겼던 김병현은 마무리 전향 과정에서 너무 많은 오버 페이스를 했고, 그 덕에 초반 대 분전으로 ‘보스턴 마무리=김병현’이라는 등식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김병현은 육체적인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처음 마무리 전향 단계에서는 선발로 뛸 때는 보여주지 못했던 빠른 직구와 업슛이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볼 수가 없다. 공의 위력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턴 감독은 그를 신임한다는 말로 마무리 상황이 되면 계속 그를 투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보스턴의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카드는 사실 김병현밖에 없다. 시즌 초반에 이미 마무리는 안된다고 결정된 마이크 팀린, 아니면 트레이드 해온 신시네티 마무리 스캇 윌리암슨, 그들보다는 월드시리즈 경험과 한때 최강마무리의 호칭이 붙었던 김병현이 더 믿음직 스러운 것.

그러나 아무리 김병현이 철인 마무리라도 한계를 넘어선 등판으로 인한 체력소모를 견뎌낼 수 는 없다. 실제 선발 투수는 과학적으로 몸 컨디션 조절이나 신체리듬상 5일 간격의 등판이 가장 적절하다고 나와 있다. 1∼2이닝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 역시 조절이 필요하다. 이미 자신의 한계 이닝수를 넘어선 김병현을 3∼4일 연속해서 등판시키는 것은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선수가 나갈 수 있고 없고는 어디까지나 감독이 전적으로 결정한다. 비록 김병현이 던지고 싶어할지라도 선수의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감독의 책무이다. 현재 보스턴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공감이 가지만, 한 선수의 생명을 길게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병현 자신도 팀의 승리를 지키는 눈 앞의 현실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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